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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지킴이 HACCP 바로알기<11> 미군에 우유 납품 남양유업 천안신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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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천안신공장 직원이 우유팩의 이상 유무를 살피고 있다. [남양유업 제공]

주한 미군은 2005년 이전까지 우유를 본국에서 직접 공수해 마셨다. 한국에서 만든 우유의 안전성을 믿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내 우유업체는 물론 국산 우유를 마시는 우리 국민에게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남양유업은 천안에 새 공장을 짓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 군납 기준을 맞추는 데 전력했다. 마침내 2005년 3월 국내 최초로 미국 살균유법령(PMO) 인증을 받고 미군부대에 우유 납품을 시작했다. PMO는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와 닮은 데가 많다. 둘 다 목표가 ‘목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5일 신구대 식품영양과 서현창 교수와 함께 HACCP 인증과 PMO 인증을 받은 남양유업 천안신공장을 찾았다.

◆윗물이 맑아야=우유 제조공장에서 ‘윗물’은 목장이다. 목장에서 위생적인 원유를 생산해야 ‘아랫물’(우유)이 깨끗하다. ‘윗물’ 관리를 위해 공장 낙농팀 직원들은 거의 매일 목장을 순회한다. 어떤 사료를 먹이는지, 젖소는 건강한지, 축사·착유기는 위생적인지 등을 점검한다.

공장 뒷마당엔 원유를 실은 탱크로리들이 예닐곱 대 대기하고 있었다. 주유소 같다. 부지런히 원유 시료를 채취하는 탱크로리 기사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시료는 공장 내 실험실에 전달돼 25분 안에 분석을 마친다. 검사 항목은 항생물질·세균수 등 16가지. 여기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원유는 제조에 사용되지 않는다.

서 교수는 “우유 등 축산물에 항생물질이 잔류하면 이를 섭취한 사람에게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다”며 “항생물질 잔류나 가수(加水, 우유에 물을 타는 행위) 여부 검사는 비교적 간단한 검사”라고 설명했다.

적합 판정을 받은 탱크로리 원유는 수유 호스에 유입되기 전에 3단계의 여과 장치를 거친다. 목초·우모(牛毛) 등 원유 내 이물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우유 공장에서 우유가 안 보인다=공장 내에서 우유 냄새는 났지만 원유나 살균유(우유)가 흐르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한규만 공장장은 “탱크로리에 담긴 원유를 수유 호스에 연결하고, 살균유를 우유팩에 담는 순간만 공기와의 접촉이 이뤄진다”며 “이때를 제외하면 모두 밀폐된 관(또는 저장탱크)을 통해 이동하므로 공장에서 우유를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유 제조과정에서 이물이 혼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

◆살균 온도가 핵심 CCP=수유 호스를 통해 반입된 원유가 냉각(3도)→저장(저장탱크)→균질화→살균 공정을 거치면 살균유가 된다. 균질화 공정은 위생과는 무관하다. 입자 크기가 100㎛ 내외인 원유의 지방 입자를 1㎛ 정도로 잘게 부수면(균질화) 소화도 잘되고 맛이 일정해진다.

살균 공정은 우유의 핵심 위해요소인 식중독균·인수공통전염병균 등 세균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다. 130도에서 2초간 가열하면(초고온순간살균법) 결핵균·브루셀라균 등 유해세균이 사멸된다.

◆세균과의 전쟁=우유는 ‘살균’ 제품이다. 세균이 일절 없는 완전 멸균 제품은 아니다(테트라팩에 담긴 우유는 멸균 제품). 우유 내 세균 수는 적을수록 좋다. 세균이 적은 우유가 더 위생적이고 더 신선하며 더 오래 두고 마실 수 있다. 우유 공장이 ‘세균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은 이래서다. 원유에 든 세균은 살균공정을 통해 없앨 수 있으나 작업장 내부에 떠다니는 세균(공중 낙하균 등)은 살균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철저한 청소·세척·공기 관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이 공장의 경우 3단계의 여과장치를 거친 공기만 작업장 안으로 들여 보낸다. 또 작업장에 양압(陽壓)을 걸어 외부 공기가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했다.

세척도 세균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 공장에서 우유 제품 운반용 박스(크레이트)를 네 차례 세척하고 열풍으로 건조시켰더니 10㎠당 세균 수가 세척 전 8만 마리에서 6000마리로 1/13로 감소했다. 세균 수가 적으면 우유의 품질유지 기한도 자연히 연장된다.

◆천안신공장을 가보니=주변이 온통 산이어서 공장 입구부터 골프장을 연상시켰다. 담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2006년 10월부터 전 직원이 금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승환 생산개발전략본부장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작업장 밖으로 나가면 손을 세척·소독하고 위생복으로 갈아입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외부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직원 건강을 위해 금연 운동을 벌였다”고 소개했다.

한 공장장에게 이 공장에서 나오는 우유의 특징 한 가지만 꼽아보라고 주문했다. 우유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는단다.

그는 “우유의 유리지방산이 산소와 결합하면 생기는 황화합물이 비릿한 냄새의 주범”이며 “산소를 제거하고 대신 질소를 채워넣는 GT(Good Taste)공법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고 소개했다.

천안=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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