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공사가 거의 끝나 가동을 앞둔 전남 해남군의 한 태양광발전소. 산림을 개간한 데다 도로변에 위치해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해 오던 태양광발전소가 일부 지역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로 녹색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건설 계획과 함께 지자체·주민들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꼬마 발전소’ 난립=국내 첫 상업용 태양광발전소는 2004년 경북 칠곡에 200㎾급으로 섰다. 이후 건설비를 장기 저리로 융자하는 데다 생산 전력을 정부가 사줘 농어촌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건설 붐이 일었다. 특히 전남 지역은 일조량이 많고 땅값이 싸 지난달 말 현재 사업 허가를 받은 업체가 636개에 이른다. 전국 전체 1154개의 절반을 넘는다. 허가 용량은 모두 336㎿로 전국(703㎿)의 48%에 해당한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의 특성상 양지바른 곳을 찾으면서 대부분 마을 입구나 경관이 좋은 자리를 차지해 주민들과 갈등하고 있다. 또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야산을 깎아 건설해 산림 훼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D회사는 전남 나주시 왕곡면에 400㎾ 규모의 발전소를 짓기로 지난해 9월 전남도로부터 허가를 받았지만 착공을 못 하고 있다. 주민 박상문(49)씨는 “발전소 부지 약 7000㎡가 마을 중앙에 위치해 마을 경관을 해치는 데다 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어 농지 전용 허가 등을 내 주지 말라고 주민들이 나주시에 청원했다”고 말했다.
전남도 범진선 자원개발담당은 “정부가 태양광발전소 생산 전기의 매입 가격을 낮추기로 하면서 사업 허가 신청이 줄었다”며 “앞으론 자연·경관 훼손과 주민과의 마찰이 적은 곳을 중심으로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자가 영세하거나 환경평가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소규모로 건설하는 것도 발전소 난립을 부추기고 있다. 전남 지역 시설의 경우 4곳 가운데 하나가 30㎾ 미만이다. 규모가 작을수록 지원금이 많은 허점을 이용, 한 곳에 28.8㎾짜리 ‘꼬마 발전소’ 7개를 건설한 사례도 있다.
현재 태양광 발전의 경우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전력시설 용량이 30㎾ 이상인 발전소는 1㎾당 677원(10월부터 472원)을, 30㎾ 미만 소규모 발전소는 711원을 받을 수 있어 발전소 설립이 소규모에 집중되고 있다.
◆지역경제에 도움주는 곳도=진도군 고군면에 들어선 ㈜삼성물산 태양광발전소는 사정이 다르다. 이 발전소는 1㎿급 시설을 지난해 12월부터 상용 운전한 데 이어, 2차 2㎿급 시설을 4일 준공했다. 이곳은 폐염전 2만6000㎡를 활용해 산림 훼손 같은 문제를 낳지 않았다. 게다가 회사 측은 올 5월 법인세에 부가되는 주민세로 진도군에 12억여원이나 납부했다. 이는 진도군이 지난 한 해 동안 거둔 군세 총액의 20%에 가깝다.
임보섭 진도군 투자유치담당은 “부지를 무리가 없는 곳으로 선정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경우 태양광발전 시설을 유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호 ‘에너지 나눔과 평화’ 사무처장은 “세계적 흐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기후변화협약에 대처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 증대는 불가피한 선택 중 하나”라며 “태양광 발전 시설까지 혐오시설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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