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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업소 밀어내는 ‘아파트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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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7월, 이중구 총경이 서울 동대문경찰서장으로 부임하자 장안동 S·H아파트 부녀회는 면담을 요청했다. 며칠 후 이 서장은 담당부서인 여성청소년계(여청계) 경찰을 대거 교체한 뒤 장안동 윤락업소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7일 현재 동대문서 인터넷 게시판에는 600건이 넘는 지지글이 올라와 있다. 장안동 H아파트 부녀회 관계자는 “경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아파트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업주들이 “성상납 경찰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이 서장은 “주민이 원하는 일”이라며 강력한 척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7~8월, 장안동 S아파트 주민은 한 달간 지역구 의원인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윤락업소를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교육 환경이 나빠졌다’ ‘집값이 떨어져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매주 두세 번 열린 시위에 50명 이상의 주민이 꾸준히 참가했다. 주민들의 시위는 18대 총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홍 의원은 ‘장안동 윤락업소 철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병두 민주당 후보도 똑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아파트 커뮤니티의 힘’이 장안동 집중단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장안동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것은 5년 전부터다. 2003년 입주한 H아파트 1차(2182가구)를 비롯해 2005년 S아파트 2차(1786가구) 등이 들어서 현재 장안 2동과 3동에는 아파트만 총 6000여 가구가 입주해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 장모(71)씨 부부는 6년 전, 42평형(138.8㎡)을 3억원가량에 분양받았다. 아파트는 윤락업소가 즐비한 도로변에 있다. 하지만 집값은 6년 전 그대로다. 이곳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정모(60)씨는 “아파트를 구하러 온 사람들이 큰길에 즐비한 안마시술소를 보면 집도 안 보고 그냥 돌아간다”고 말했다.

H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청량리 588에서 쫓겨난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대거 넘어오면서 이 동네가 이렇게 됐다”며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커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 사무실의 민원 담당 전정근 부장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장안동 윤락가를 없애 달라는 민원이 크게 늘었다”며 “같은 동네에 살더라도, 아파트 주민이 교육환경이나 집값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장안동에서 안마시술소를 운영했던 한 업주 역시 “영등포나 강남 등은 상업지구라 단속이 느슨해도 별 말이 없는데 아파트촌이 형성된 이곳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성매매 업주 “성상납 경찰 700명 될 것”=장안동의 한 업주는 5일 “현재 여청계 소속으로 장안동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경찰 두 명도 성상납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6일에는 다른 업주가 “관련자 명단이 7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여청계뿐만 아니라 형사과·외사과 등 동대문서 상당수가 성상납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때가 되면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서는 이날 “정식으로 비리 경찰관을 고소·고발하면 철저히 조사해 사법처리하겠다”며 “하지만 단속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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