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두 권의 책이 수조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개인전에 나온 신작 ‘끝의 끝(End of the End·사진)’이다. 작가는 “독신이 아닌 사랑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독일 전시와 서울 전시에 이어 그는 올 가을 싱가포르 비엔날레와 11월 헬싱키 KIASMA 현대미술관에 작품을 내놓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인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젖은 정신(The Wet Psyche)’은 전시장 벽에 걸린 대형 회화 연작이다. 수묵화 같기도 흑백사진 같기도 한 이 작품은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나무 그림이다. 인간과 사물과 자연의 경계를 여러가지 재료와 기계 장치로 형상화해 온 그의 작품은 마무리가 깔끔하다. 그러나 보고 나면 의식 저편을 건드리는 듯 묘한 여운을 남긴다. 생각이 깊어지는 이 계절, 정신에 윤기를 줄만한 전시다.
미술 담당 권근영 기자
▶9월 29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무료/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