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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루크 ‘난 죽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6일(현지시간) 폐막한 65회 베니스영화제의 마지막 주인공은 미키 루크(52)였다. 리도섬에 열린 시상식은 왕년의 스타 루크의 화려한 컴백을 알리는 자리가 됐다. 1980년대 최고의 섹시스타에서 성형부작용 등으로 몰락했던 루크의 10여년만의 복귀작 ‘더 레슬러’(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가 영예의 황금사자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실제 삶을 빼다박은 내용으로 계속 고사하다 어렵사리 출연을 결정한 영화다.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오른 루크는 “긴 공백기가 내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줬다. 정직한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고 말했다. 감독은 “루크가 자신의 마음을 카메라 앞에 열었다. 그가 얼마나 훌륭한 재능을 지녔는지 우리가 상기할 수 있게 해준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더 레슬러’는 계속 경기를 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은 퇴물 레슬러가 마지막 영광을 위해 다시 링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영화계를 떠나 한때 복서로 변신했다가 추락의 길을 걸었던 루크의 실제 삶과 흡사한 내용에, 본격적인 컴백작이라는 점 때문에 화제가 됐다.

루크는 ‘나인하프위크’‘와일드 오키드’‘에인절 하트’ ‘쟈니 핸섬’ 등에 출연하며 80년대를 풍미한 섹시스타다. 리차드 기어와 함께 80년대 최고 미남 배우로 꼽히기도 했다. 원래 아마추어 권투선수였던 그는 90년대초 출연작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자 프로 권투 선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경기중 부상으로 수차례 얼굴 성형수술을 받았고 수술후유증과 알콜중독에 시달렸다. ‘신 시티’(2005) 등에 간간이 출연했지만 추악하게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더 레슬러’는 영화제 내내 루크의 열연이 화제였다. “생애 최고의 연기”라는 평이 쏟아졌고 심사위원장인 빔 벤더스 감독은 “말 그대로 가슴을 찢는(Heartbreaking) 연기”라고 호평했다. 벤더스는 시상식에서 “연기상과 다른 부문의 상을 함께 주지 않는 영화제의 규칙을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 루크에게 남우주연상을 주고 싶었지만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올해 베니스영화제의 은사자상(감독상)은 러시아 영화 ‘페이퍼 솔저’(감독 알렉세이 게르만 주니어), 남녀주연상은 이탈리아 영화 ‘파더 오브 지오바나’의 실비오 올랜도와 프랑스 영화 ‘디 아더 원’의 도미니크 블랑이 각각 받았다.

전반적으로 상영작 수준이 약해졌다는 평가 속에 아시아 영화는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한국영화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경쟁부문에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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