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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뿔'의 두 엄마가 신경전 벌인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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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고급 식기를 보며) “귀족 놀음하는 것 같아 재미있네~.”
“귀족 놀음이라뇨? 난 귀족으로 태어나 귀족으로 사는 거라고요.”
KBS 주말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는 서민 엄마 ‘한자’(김혜자)와 부자 엄마 ‘은아’(장미희) 사이의 신경전입니다. 은아는 주름살 없는 피부와 고급 의상으로 ‘상류층 여인’의 자태를 뽐내지요. 이런 은아가 사돈인 한자에게는 “먹고 모양내는 것밖에는 없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자는 은아를 접하면서 속이 끓습니다. 한정식 집에서 은아와 식사한 뒤 밥값을 내겠다고 우기다가 44만원을 내고는 남편 앞에서 눈물을 쏟기도 하지요.

이들의 갈등엔 부르디외가 말하는 ‘구별 짓기’의 개념이 잘 드러나 있는데요. 영양가 많고 값싼 음식을 찾는 ‘필요 취향’과 비싸더라도 부를 과시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사치 취향’으로 확연히 나뉩니다. 경제력의 차이가 라이프스타일에 큰 차이를 만드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학습과 경험을 통해 굳어진 문화적 취향이 은아의 계급과 한자의 계급을 갈라 놓는 거죠.

만약 한자가 홧김에 거액을 대출받아 은아처럼 살려고 한다면 은아는 어떻게 할까요? 상명대 박정자 교수는 그의 책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에서 “중간층이 상류층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사치재를 소비한다면 상류층은 다시 다른 모습의 ‘다름’을 추구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중간층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면 재벌 총수는 5000원짜리 순두부를 먹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어찌 보면 ‘끝없는 숨바꼭질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권석천 기자 sc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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