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병든 소' 끓여먹으라는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허위진단서를 첨부한 죽은 소가 철저한 질병검사 없이 도축되고있다는 보도(본지 6월22일자 1,3면 보도)이후 중앙일보 편집국에는 소비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도대체 무슨 병에 걸렸는지 확인도 되지 않은 죽은 소를 판다는게 말이 됩니까.고기 먹기가 두렵습니다.』 21일 서울독산동 육류도매시장에서 산 20만원어치의 사골을 버려야할지,먹어야할지 고민중이라는 가정주부 朴모(36.경기도광명시광명2동)씨는분통을 터뜨렸다.그러나 일부 축산업자들은 『우리를 다 죽일 작정이냐』며 하소연했다.
경기도광주에서 젖소를 기른다는 尹모(48)씨는 『10년동안 소를 길러왔지만 한번도 죽은 소를 판 적이 없다』면서 『일부 악덕업자 때문에 소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서로의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것은 곪은 부위를 도려내지 않으면 새살이 돋지 않는다는 점이다.특히 먹거리에 부정이 있다면 그 진위는 철저하게 가려져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심각한 「위생 불감증」을 앓고 있음이 이번 취재결과 드러났다.
서울의 경우 정밀검사로 알려진 실험실 검사는 유명무실하고 소의 질병 여부는 대부분 육안검사에 의존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 검사원은 『대부분 육안으로 판별하고 있지만 모든 질병을 알아내긴 힘들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관계 당국은 『노련한 검사원들이므로 실수는없다』『세균에 감염된 육우가 있더라도 끓여 먹으면 상관없다』고말하는등 변명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농림수산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축산업이 영세성을 탈피하지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선진국 수준의 위생검사를 요구한다면 축산업 자체가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의 위생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그의 말대로라면 우리 축산업이 영세성을 벗어날 때까지 시민들은 병든 소를 먹어야 한다는 말인가.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진국 국민이든 한국인이든 병든 소를 먹을 경우 병은 똑같이 걸린다는 사 실이다.
김준현 사회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