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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view] 돈 잘 쓰는 ‘골드와이프’ 몰려온다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독신생활을 즐기며 자기계발에 돈을 아끼지 않는 30대 싱글 여성을 ‘골드미스’라고 부른다.

기업은 골드미스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고 그녀들이 주도해 가는 소비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기업이 그녀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돈이 되는 여성 마케팅의 핵심 트렌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골드와이프’가 그들이다.

골드와이프란 중년층의 여성들을 말한다. 넉넉한 경제력과 시간적인 여유로움이 골드미스보다 한 수 위며, 트렌드에서도 골드미스 못지않은 감각을 가졌다. 30대와는 달리 가정의 큰돈 흐름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파워로 무장한 그녀들이 바로 골드와이프다.

일반적으로 ‘아줌마’로 인식돼 있는 기존의 마케팅적인 발상에서 전략을 세우면 이들에겐 백전백패다. 아줌마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일단 싸야 하고, 덤을 주어야 하며, 세일을 수시로 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수립된다.

그러나 골드와이프들은 이미 이러한 고난의 아줌마 세월을 거친 졸업생들이다. 아이들도 더 이상 잔손이 필요 없게 커버리고 남편과 둘만 남게 된 그녀들이 선택한 제2의 삶은 무엇일까? 제1의 삶이 희생과 억척이었다면 제2의 삶은 보다 넉넉한 여유를 자신에게 투자하는 이기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한국 60세 이상의 어머니들이 제2의 삶을 찾기에 역부족인 경제적 결핍에서 그저 아줌마로 여생을 보냈다면 골드와이프는 그것 자체를 거부한다. 이제 할 만큼 했으니 우리도 즐기고 가꿀 자격이 있다는 그녀들의 자기 보상적인 심리는 때로 매우 자본주의적으로 표현된다.

‘우리 나이쯤 되면 이런 옷 정도는 입어야’ 하고, ‘이런 핸드백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애들은 먹을 세월이 많으니 맛있는 것은 엄마가 먼저 먹어야 한다’고 당당히 요구하기도 한다.

나이 들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은 다 가봐야 한다며 친구들과 2주일씩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패션, 영화, 공연, 골프 등 산업 전 분야에서 그녀들의 돈 쓰기는 폭발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골드와이프 1세대의 소비적 움직임은 골드와이프 마케팅의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곧 2세대가 합류하게 되면 그 소비파워의 중량과 면적은 상상할 수 없게 커질 것으로 본다. 골드와이프 1세대가 억척아줌마의 시련을 거쳐온 세대라면, 다가올 2세대는 신혼부터 풍요로운 소비를 경험해 온 세대이고 더구나 어려서부터 문화 소비에 길들여져 온 세대다.

이러한 세대적 특성이 만들어낸 한국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소비가 바로 일본 중년여성들의 ‘욘사마 사랑’이었다. 몇 해 전 한국의 욘사마(배용준)를 보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일본의 중년여성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딱하고 철없는 아줌마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애들이나 하는 연예인 좇기를 50대 이상의 여성들이 하고 있다니 우리 눈으로 보기엔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한국보다 자본주의 경력이 화려한 일본에서는 매우 당연한 소비일 뿐이다.

어려서부터 공연과 문화 소비에 익숙한 그녀들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그간 쭉 해오던 소비를 안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제 10여 년 정도만 지나면 우리는 50대 아줌마들이 해외 연예인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진풍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W인사이츠 대표 www.w-insigh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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