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갈치 대풍” 제주 어민들 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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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제주항 북동쪽 해상에서 조업하던 금양호의 강봉효 선장(左)과 선원이 갓 잡아 올린 은갈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영학]

3일 밤 11시 제주항 북동쪽 4.5마일 해상. 제주도 어업지도선 삼다호가 제주항을 빠져 나온 지 1시간30여 분쯤 지나자 60여 척의 채낚기 어선들이 나타났다. 100~200m 간격으로 길게 늘어선 어선들은 1500W 전구 20~30개씩 집어등을 훤히 켠 채 갈치잡이에 한창이었다.

제주시 선적 5t급 금양호 옆으로 다가가자 선장 강봉효(48)씨가 길이 1m짜리 은빛 갈치를 들어 보이며 환한 표정을 짓는다. “이 정도면 월척이지. 오늘 (10㎏들이) 3상자쯤 잡아신디(잡았는데) 내일 아침까지 15상자는 충분할 거 같수다(같습니다). 자! 고기들 놀라면 안 되니까 속솜헙서(조용하세요).”

그러곤 조심스레 낚싯줄을 걷어 올렸다. 1m 간격으로 낚싯바늘 10~15개를 꿴 낚싯줄이다. 낚시에 걸린 은빛 갈치가 물속에서 펄떡이는 모습이 보이자 강 선장과 선원 2명은 빠른 손놀림으로 갈치를 끌어올렸다.

이튿날인 4일 오전 7시30분 제주시 한림수협 위판장. 금양호 등 80여 척의 갈치 채낚기 어선이 한림항으로 입항하자 2300㎡ 규모의 위판장은 북적이기 시작했다. 10㎏들이 1460상자 분량의 은빛 갈치가 쏟아지면서 중매인, 도·소매인 등 100여 명이 몰려 경매 열기가 뜨거워졌다. 이날 상자당 경락 가격은 10만5000~14만원. 김남언 경매사는 “예년보다 갈치의 씨알이 굵고 품질도 좋은 편”이라며 “갈치가 잘 잡히다 보니 값이 조금 떨어졌지만 물량이 많아져 어민들의 수입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인근 바다에 은갈치가 풍년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갈치 어획량은 1만7328t. 지난해보다 28% 늘어난 물량이다. 수협 위판 실적도 1268억원이나 됐다. 6년 전인 2002년 한 해 동안 잡은 물량에 이르는 ‘대풍’ 이다. 강문수 제주도 수산정책과장은 “치솟은 기름값으로 마음 졸이던 어민들이 웃음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예년보다 수온이 높아져 8, 9월로 접어들면서 갈치어장이 빨리 형성됐기 때문이다. 제주해양수산자원연구소 김수강 박사는 “제주 부근 바다에 고수온 현상이 이어져 갈치 어장이 장기간 형성되면서 어획량이 증가한 것”이라며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월 시작된 제주도 남쪽 갈치어장은 최근 제주 우도 동쪽, 제주항 북동쪽 해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 갈치 어획량은 2000년대 들어 지난해까지 2004년 한 해를 빼고는 꾸준히 늘어왔다. 2000년 1만4298t이던 어획량은 2005년 2만t을 넘어섰고, 지난해엔 2만5000여t에 달했다. 위판액도 2000년 1000억원대를 간신히 넘겼으나 지난해에는 1800억원대로 올라섰다.

고관범 성산포수협 상무는 “하루에 4000상자 분량의 갈치가 수협 위판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제주 연안 4~5마일 해상에 나가 하룻밤을 꼬박 새우는 채낚기 어선의 경우 20상자 분량을 잡으면 200L 기름 3드럼을 쓰고도 100만원은 선주·선원이 나눠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갈치 풍어로 값이 내림세를 보이자 추석을 앞두고 수요도 늘고 있다. 갈치유통업체인 올래씨푸드 이호성 대표는 “1㎏에 가까운 대형 갈치도 많아 주문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남용통상의 윤석철 부장은 “거래하는 백화점·대형할인매장에서 추석 선물세트 구매물량을 15~30%씩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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