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자인 인재를 키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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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요즘 장미빛의 월드컵 경제론이 회자되고 있지만 또다른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세계인의 축제를 치를 주인 입장에서우리 주위를 돌아볼 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6년후에 우리나라가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이자 경제면에서도 선진국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산업디자인을 선진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선진국들중 산업디자인이 뒤떨어진 나라는 하나도 없다.
산업디자인 선진화의 제1과제는 경쟁력의 주체인「디자이너」들이풀어야 한다.산업디자인은 단순히 외형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것이 아니다.예컨대 안경테를 디자인한다고 치자.렌즈의 구조와 특성,눈이나 코의 해부학적.생리학적 특성을 무 시하고 제대로 된 안경테를 디자인할 수 있겠는가.
얼마전 디자인실이 있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산업디자인 관련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입사후 3~4년이상 걸려야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더구나 국경없는 경제전쟁 시대에 외국인들과 의사소통이 안되는 디자이너들이 꽤 있어 어려움을겪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디자이너는 타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보다 변신이 빨라야한다.변신을 거부하는 극히 일부의 기득권층 디자이너들을 변화의 물결에 동참토록 권유하고 그래도 안되면 옥석을 가려 도태시키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교육에는 『너무 늦었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이제부터라도 현장의 디자이너를 「재교육」하고 산업디자인교육을 위해 정부는 과감한「시설지원」을 해야한다.또한 외국의 실력있는 디자이너를 교수로 초빙해 국제적인 실무교육을 강화하는 일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학생들이 기업의 신제품개발에 직접 참여하도록 「디자인인턴십」도 제도화,정착시켜야 한다.
경제주체인 기업도 변화해야 한다.특히 최고경영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본인도 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 그에 적합한 상품을 만들어내도록 경영에 깊숙이 참여시켜야 한다.문제는 앞으로 4~5년이다.여러 가 지를 지적했지만,산업사회를 지나 정보화사회로 들어선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보다 창의적인 인재들이다.산업디자인은 경제발전의 소프트웨어이므로 유능한 산업디자이너의 양성은 곧 21세기를대비한 가장 효율적인 투자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유호민 산업디자인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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