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없는 녹색성장’ 정책 엇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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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부가 태양광발전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원해주던 보조금을 다음달 1일부터는 크게 줄인다.

10월 이후 완공하는 3MW 이상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정부에서 받던 보조금(발전차액)의 30% 이상이 줄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가 이전에는 3MW 이상 태양광 발전업체가 생산한 전기는 일반 전기보다 비싸게 ㎾당 677원에 샀다면 10월부터는 200원 이상 줄여 472원에 사는 것이다.

올 4월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이미 예고된 사항이기는 하지만 태양광 발전업체들은 “미래 신성장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저이산화탄소 녹색 성장을 언급하며 녹색 에너지를 강조한 것에 비춰볼 때 거꾸로 가는 정책이란 지적이다.

지식경제부는 보조금 가격체계를 현재의 2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한 뒤 소용량을 생산하는 영세업체는 현재 기준가의 8.4%, 3MW 이상을 생산하는 대형 발전소는 30.2%를 낮추기로 했다.

LG는 3일 태안에 국내 최대인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이날 준공식에서 LG솔라에너지 안성덕 대표는 “정부의 보조금 삭감은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큰 부담”이라며 “태양광 발전의 빠른 대중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태양광 사업은 수익 사업 이전에 ‘미래의 먹거리’ 사업인 만큼 자립기반을 갖출 수 있게 2년의 유예기간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태양광발전업체 관계자도 “태양광 수요가 있어야 기술개발도 이뤄진다”며 “환경·에너지 사업은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정부가 대기업은 아예 태양광 사업을 하지 말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주장도 하나하나 반박했다. “태양광 발전이 규모의 경제가 필요 없다지만 소규모 발전소가 난립하면 각각 전봇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마구잡이 개발로 전력 인프라만 낭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의 정창현 신재생에너지과장은 “정부 보조금을 일부 대규모 사업자에 몰아주지 않고 저변을 확대하는 게 목적”이라며 “태양광발전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 없어 굳이 3MW가 넘는 대용량 발전사업을 하는 대기업에 정부 보조금 혜택이 많이 돌아가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 대규모 사업자들이 모두 수입 설비에 의존해 사실상 국내 태양광 산업에 기여하는 부가가치가 없다”며 “내년이면 대용량 사업자에 지급하는 발전차액만 1800억원대인데, 외국 모듈을 수입해 설치만 해서 쓰는 태양광 발전에 이렇게 큰 돈을 정부가 보조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덧붙였다.

일부 태양광 사업자들이 “선진국에 비해 지원이 미비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독일·스페인 등도 거액의 발전차액을 지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들 나라도 최근 의회에서 발전차액이 태양광 보급에 기여하는 비율이 3% 미만이라며 줄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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