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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앤서니 기든스 사회이론 국내소개 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앤서니 기든스(58)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80년대 중반부터 좌우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난 관점에서 후기 산업사회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헤쳐 서구학계에서 선구적 학자로 인정받아왔다.
그는 또 세계화가 인류사회에 미칠 영향에 처음으로 관심을 기울인 학자로도 높이 평가받는다.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이념 대립과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에 밀려 연구업적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근대성의 연장선상에서 이성과 계몽을 옹호하면서 근대성의문제점을 지적하려는 그의 노력이 최근 들어 국내 지식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현대사회학』『사회이론의 주요 쟁점』 등 그의 저서 6권이 이미 번역 소개된 가운데 이번주에는 『현대사회의 성.사랑.에로티시즘』(원제:The Transformation of Intimacy)이 도서출판 새물결에서 나온다.이어 『좌 파와 우파를넘어서』(원제:Beyond Left and Right).『성찰적 근대화론』(원제:Reflexive Modernization)이 도서출판 한울에서,『사회구성』(The Constitution of Society)이 도서출판 자작나무에서 예정대로 8월까지 번역 출간되면 기든스의 전모가 국내독자들에게 소개되는 셈이다. 그의 이론은 세계화의 확대로 사회적.지리적 이동성이 강화됨에 따라 전통적 개념의 커뮤니티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깔고 있다.이런 현실에서는 경제.결혼.가족.남녀관계.성 등에서도 기존의 제도가 할 역할이 갈수록 축소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그의 이론이 잘 나타난 책이 바로 『현대사회의 성.사랑.에로티시즘』.「친밀성의 구조변동」이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지난 30여년동안의 성혁명에서 남녀관계의 변화상이 소상하게 그려진다. 현대사회에서는 과거 전통사회에서 관습이나 자연의 섭리로 돌려졌던 많은 인간활동이 기술이나 사회체계로 흡수되었다.
예를 들어 전통사회에서는 출산은 두말할 필요 없고 섹슈얼리티까지도 자연의 섭리로 돌려졌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이 모두가 자연의 섭리를 벗어난 지 오래다.피임의 발달로 「출산을 수반하지 않는 섹슈얼리티」는 물론이고 시험관 아기.대리모 등으로 「섹슈얼리티 없는 출산」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이를 기든스는 「조형적 섹슈얼리 티」라고 부른다. 이로써 여성들이 「남근」의 지배에서 해방될 계기를 맞았지만 그와 동시에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강박관념이 두드러지고 남성의 성폭력이 증가하는 부작용도 더욱 커졌다.
기든스에 따르면 이처럼 전통의 굴레에서 벗어난 현대사회의 딜레마는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이 때문에 현재의 남녀관계 변화가 「순수한 관계」로 승화될지,아니면 통제불가능한 사회 해체로 이어질지 그것은 인간의 선택에 달렸다는 주장 이다.
한편 기든스는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에서 사회주의 몰락후 고삐 풀린 듯한 시장의 힘을 경계한다.
그는 우익들이 시장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스스로 파멸의 길로들어서고 있다고 비난한다.이 책에서도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의 적절한 배합이 강조된다.
『성찰적 근대화론』에서는 사회적 통제를 위한 과학기술이 강화되면 될수록 인류사회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낮아지기보다 오히려증대된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핵확산이 대표적인 예로 언급된다.
기든스는 이런 연구결과를 통해 현재 영국의 정책결정에 막강한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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