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내 친정에 새 집 지어줬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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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예천군지회는 다문화가정의 정착을 돕기 위해 결혼이주여성의 친정 집을 지어 주는 해외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3일 베트남 현지를 방문한 군 지회 간부들이 건립 중인 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예천군 제공]

 “베트남 출신 아내의 친정에 새 집을 지어 주게 돼 기쁩니다. 아내와 오손도손 열심히 살 것입니다.”

예천군 상리면 두성리에서 농사를 짓는 홍대기(42)씨는 지난 5월 결혼한 아내 위엔티구이(25)의 친정에 새 집을 선물하고 있다. 새마을운동 예천군지회가 다문화가정의 정착을 위해 ‘해외 지원사업’을 펼친 덕분이다.

군 지회 간부와 읍·면회장 등 30명은 지난달 22일 출국, 23일 위엔티구이의 친정을 찾았다. 군 지회의 항공료 지원으로 위엔티구이도 남편과 함께 결혼 4개월여 만에 처음 친정을 방문했다.

친정에서 가족·이웃을 만나 기쁨의 눈물을 터뜨린 위엔티구이는 현대식으로 지어지는 새 집을 둘러보고는 군 지회 간부 등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말을 건네며 기뻐했다고 한다.

위엔티구이의 친정은 베트남 타이빈의 외곽인 ‘타이투이’란 지역에 있다. 이곳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약 4시간 거리인 전형적 농촌이다.

군 지회는 지난 6월부터 이곳에 있는 좁고 낡은 위엔티구이의 친정집(30여㎡)을 헐고 새 벽돌집(건축 면적 100㎡)을 지어 주고 있다. 공사 진척도에 따라 통역을 통해 건축비를 지급하다 이번 방문 때 나머지를 모두 지급했다. 지금까지 지원한 돈은 총 1000만원. 모두 지회 간부와 읍·면 회장의 성금으로 마련했다.

현대식 화장실·목욕탕 등을 갖춘 1층짜리 새 집은 이달 중순 완공된다. 좁고 낡은 집에서 그동안 불편하게 살아 온 위엔티구이의 할아버지와 부모·형제 등 가족 10여 명은 이사를 앞두고 들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군 지회 간부 등이 방문하자 이웃들과 함께 마련한 음식을 대접하는 등 환영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군 지회가 다문화 가정의 친정집을 지어 준 것은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서다.

이철우(47) 지회장은 “베트남 출신 여성들이 큰 꿈을 안고 시집을 왔으나 고생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에게 열심히 살아갈 용기를 주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정집을 지어 주기로 아이디어를 내 읍·면 회장을 설득하고 이 사업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함께 베트남을 둘러봤다”며 “이게 바로 새마을운동의 세계화가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예천군에 사는 결혼이주여성 260명 중 220명이 베트남 출신이다.

홍씨 부부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모범적인 가정을 꾸려 군 지회의 1차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위엔티구이는 현재 남편의 농사일을 도와 가며 예천군 지원을 받는 가정교사를 통해 우리 말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군 지회는 결혼이주여성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고 결론 내리고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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