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지평면에 소재한 곡수초등학교. 이 학교의 철학은 몸이 건강해야 공부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요즘 같은 경쟁시대에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기란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곡수초등학교는 속도와 경쟁의 시대를 ‘걷기’라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느린 방법으로 정면돌파 하고 있다.
지난 4월 도시에서 전학 온 조남기(곡수초, 4년) 어린이는 이 생소한 체험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이번 4월에 도시에서 전학 왔어요. 처음에는 걷기 행사가 싫었어요. 도시에서 살 때는 걸어 다니는 일이 많지 않았는데 어떻게 걸어갈까 겁이 났어요. 제가 사는 동네는 지평면 곡수리인데요, 통학버스를 타려면 많이 걸어야 해요. 그런데 이제는 그 길을 걸을 때 기분이 좋아요. 푸른색 논길을 지나 개울도 건너고 친구들과 이야기도하고요. 이번에 걷기행진 할 때는 교감선생님께서 어깨도 주물러 주고 손도 잡아주셨어요. 그래서 돌아올 때는 제가 맨 앞에서 걸어오며 뒤에 있는 동생들에게 힘내라고 손을 흔들어줬어요.”
‘걷기생활’이 학교의 가장 큰 재산이자 자랑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신 교장은 포부가 크다. 학생들의 체력을 걷기로 잘 다진 후에 고학년 아이들에게 이 땅의 넓은 길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그리고 길 위에서 아이들이 창작한 그림과 시를 열심히 모아 녀석들에게 멋진 도보 작품집을 선물할 계획이다. 다음은 곡수초등학교 꼬마들의 귀여운 시 두 편이다.
선생님과 걷는 길 / 정예나(2학년)
작년에 우리면 순례 때는 비가 많이 와서 우산 쓰고 걸었다
이번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너무 더워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걷다가 쉬는 시간에 아이스크림도 먹고 시원한 수박도 먹었다
1학년 동생들이 힘들다고 해서 앞서서 먼저 가라고 도와주었다
선생님께서 걷다가 재미있는 얘기도 해주셔서 좋았다
앞으로 엄마랑 걷기 연습 많이 해서 내년에는 양평군을 걸어봤으면 좋겠다
우리면 순례대행진 / 이철원(3학년)
동네 다리를 건너니까 우리 논이 나왔다.
아직은 하나도 안 힘든데
우리 논을 지나니까 작은 개울이 나왔다.
다리가 조금씩 아파오는데
작은 개울을 지나니까 버스타고 다니는 큰길이 나왔다.
땀도 나고 그냥 앉아서 쉬고 싶은데
큰길을 따라 걸으니까 엄마랑 버스타고 갔던 면사무소가 나왔다.
아하! 걸어서도 올 수 있구나
다리도 아프고 땀도 났지만 재미가 있는 우리면 순례대행진이다.
학교 측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아동은 하루 1만2천보를 걸어야 정상’이라며 앞으로도 ‘걷기’를 학교생활의 최우선 과제로 여기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걷기 등 다양한 도보행사를 발굴할 예정이다.
곡수초등학교 http://koksu.es.kr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