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사임 이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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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1일 아침 관저로 출근할 때부터 마음의 준비가 돼있었다. 출근 직후 아소 타로 간사장과 마치무라 관방장관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사임 결심을 밝혔다.

후쿠다 총리는 이들에게 결론부터 말했다. 그는 "오늘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총리 사임을 발표하겠다. 자민당의 앞날은 아소 간사장을 중심으로 수습해주기 바란다"고 사실상 통보했다. 이미 아소 간사장은 지난달 간사장에 기용될 때 후쿠다 총리가 차기 총리 자리를 물려준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 때도 설마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후 실제로 아소 간사장의 행보는 차기 총리를 겨냥했다. 선거를 대비해 11조7000억 엔의 경기부양책을 사실상 주도한 것도 아소 간사장이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아소 간사장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표명하고 다녔다.

아소 간사장은 당장 2일부터 시작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전에 나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자민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경쟁자 없이 단독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자민당에게는 총재 경선을 통해 정치 바람을 일으키면서 차기 총재를 선출할 여유조차 없다.

정권 교체를 결정짓는 중의원 선거는 내년 9월이 만기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만기 이전에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 일본 정치의 관행이다. 자민당은 당초 후쿠다 체제로 중의원 해산·총선거를 치른다는 계획이었지만 선거는 빠르면 내년 1월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조기 선거는 민주당이 현재의 기세를 몰아 중의원 조기 해산을 요구하는 것도 배경이지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의 요구도 크게 작용했다. 공명당은 일본 최대의 정치적 종교집단인 창가학회의 세력을 정치적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총선거보다 공명당의 기반이 되고 있는 창가학회의 이익을 중시하고 있다. 창가학회는 도쿄도에 막대한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도쿄도 선거를 중시하고 있다.

도쿄도 선거는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다. 공명당은 도쿄도 선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집요하게 주장했다. 후쿠다 총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러난 것도 공명당과의 내부 분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총선거가 치러져도 현재 기류로는 자민당이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 일본 정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공산당이 300개 소선구 가운데 140개 지역구에만 후보를 내기로 한 것도 자민당의 승산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본은 소선구제와 비례대표제를 겸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산당은 차기 총선거에는 승산이 없는 지역구는 유력한 지역만 집중하기로 했다. 공산당 표는 모두 민주당으로 몰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선거 결과는 예측불허다. 아사히 신문은 "자민당이 의석이 줄어들고 민주당의 의석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다"고 전망했다. 선거가 끝난뒤 민주당이 단독 집권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연립 정권 체제를 통해 집권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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