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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원컵 오픈서 생애 첫승 2억 ‘잭팟’ 서희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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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하이원컵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서희경이 파란색 챔피언 재킷을 입고 우승 소감을 말하고 있다. 서희경은 동기인 홍란의 챔피언 재킷을 입어 본 것이 효험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선=연합뉴스]

우승상금만 2억원. 국내 골프 대회 사상 가장 큰 액수였다. 일반적으로 KLPGA투어 대회의 우승상금은 3600만~1억원 선. 지난달 30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 골프장(파72·6479야드)에서 끝난 하이원컵 여자오픈의 우승상금은 일반 대회의 2~5배나 됐다. 2억원의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은 올해 프로 3년차의 서희경(22·하이트). 1m72㎝의 훤칠한 체격에 미모까지 갖췄다. 여자 골프 최고의 미녀로 불리는 기대주다.

서희경은 3라운드 합계 8언더파를 기록, 올해 US오픈 챔피언 박인비(SK)를 2타차로 제치고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3등은 서러워=프로생활 3년째, 그동안 서희경의 최고 성적은 ‘3등’이었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6년엔 두 차례, 지난해에도 3등만 두 번을 했다. 세상은 아무도 3등을 기억하지 않았다. 챔피언도 아니고, 준우승도 아닌 3위를 기억하는 사람은 가족뿐이었다. 1라운드 선두에 나선 것은 여러 차례였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그의 이름은 리더보드 상단에서 멀어져 갔다. “뒷바라지해주시는 엄마·아빠한테 면목이 없었어요. 아마추어 시절 저와 함께 플레이했던 동료들과 후배들이 우승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왜 안 되느냐’며 많이 울었어요. 이대로 우승 한 번 못하는 골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기도 했어요.”

◆챔피언 재킷의 효험?=전반기 마지막 대회 레이크사이드 여자오픈이 끝난 7월 4일. 공동 52위로 대회를 마감한 서희경은 이 대회에서 우승한 홍란(22)과 골프장 앞 음식점에서 축하 파티를 했다. 지난해까지 번번이 우승 목전에서 물러나는 아픔을 함께 겪었던 동기생 홍란. 그러나 이날은 그가 벌써 시즌 2승째를 거둔 날이었다.

“희경아, 내가 첫 우승하기 전에 (김)보경이 챔피언 재킷 빌려 입었던 거 아니?”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홍란은 “보경이 우승 재킷을 입어본 뒤 연거푸 우승을 했으니 그 효험을 본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김보경(22)은 지난 5월 두산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거뒀던 또 다른 동기생. 귀가 번쩍 뜨였다.

서희경은 홍란에게 챔피언 재킷을 한 번 입어보자고 부탁했다. 홍란의 재킷을 입고 음식점 주위를 돌아다녔다. 남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희경은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못할 게 없다는 심정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챔피언 재킷의 효험이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지금부터 시작=서희경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후배인 신지애(20·하이마트)와 광주에서 일주일간 합숙 훈련을 했다. 서희경은 “지애의 연습량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았다. 후배지만 지애와 라운드하면서 정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서희경은 이번 대회에서도 최종 3라운드 막판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렸다. 13번 홀에 이어 15번 홀 보기로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동반 라운드하던 신지애가 “편하게 치라”고 오히려 서희경을 격려했다. 서희경은 “지애가 정말 고맙다. 이제 우승의 물꼬를 텄으니 올해 3승쯤은 거두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의 별명은 ‘필드의 수퍼모델’. 1m72㎝의 탄탄한 몸매에 다리가 길어 얻은 별명이다. 서희경은 “성격이 예민한 탓에 막판으로 갈수록 성적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를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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