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한가위 설익은 과일 … 한과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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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명품한과세트.[교동한과 제공]

여행사 밀로투어의 이기진 사장은 올 추석 고객회사에 보낼 선물로 한과를 골랐다. 최근 한과·유과 등으로 구성된 교동한과의 고급 선물세트 25개를 주문했다. 이 사장은 “예년에는 주로 과일을 선물했는데, 올해는 추석이 예년보다 일러서 햇과일이 많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한과로 바꿨다”고 말했다.

교동한과 심영숙 대표도 “주요 백화점에서 한과 상품 수량을 늘려달라는 주문이 밀려 들어와 지난해보다 30%가량 생산량을 늘렸다”고 전했다.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온 추석으로 선물세트 구입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사과·배 같은 가을 과일의 수확이 본격화하지 않은 데다, 더위가 가시지 않자 신선 식품 선물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대신 상온에서 안전하면서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과가 추석 선물로 인기몰이다. 현대백화점 한과담당 오정훈 바이어는 “과일이 덜 익어 맛은 떨어지고 가격은 15~20% 오르자, 비슷한 가격대의 한과가 과일을 대신할 선물로 뜨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고급 한과는 가격이 5만원대부터 60만원대까지 다양하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주력 상품은 10만~15만원대다.

명절 선물의 전통적 강자인 정육과 수산물은 올해도 인기가 여전하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 신선도 관리와 원활한 배송을 염려하는 경우도 있다. 해마다 명절 선물로 한과를 대량 구매하는 압구정성모안과 김귀임 행정부장은 “한과는 배송 과정에서 식품이 변질하거나 파손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물이 정성스럽고 품위있게 느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백화점이 최근 추석 선물 예약판매를 마감한 결과 한과는 지난해보다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11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 추석 선물 예약판매 기간 동안 한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식품 전체의 매출 신장률 20%를 웃돈 수치다. 현대백화점에서는 한과의 예약판매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8% 늘었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한과 선물세트 물량과 매출 목표를 늘려잡고 활발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한과담당 전일호 과장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축산물 수요가 한과나 다른 상품군으로 일부 옮겨갈 것으로 예상해 한과 선물세트 물량과 매출 목표를 20%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과 4만1600세트를 판매해 43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백화점은 올해는 5만2000세트, 52억원어치를 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한과 세트를 지난해보다 15% 많이 준비했다. 오정훈 바이어는 “올 추석은 연휴가 짧아 선물을 직접 전달하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한과 상품 중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5만~10만원대 제품 수요가 커질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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