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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번개’ 볼트 질주 비결은 고단백˙고열량 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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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 16면

자메이카의 ‘번개’ 우사인 볼트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100m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메이카 트릴로니(북서부 지방)산 얌(yam)을 어릴 때부터 꾸준히 섭취한 것이 폭발적인 스피드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트릴로니는 자메이카산 얌의 최대 산지다. 매년 얌 축제가 열린다. 행사 기간엔 무게가 200㎏이 넘는 ‘괴물’ 얌도 등장한다. 얌으로 와인도 만든다. 자메이카인 대부분은 트릴로니산 얌에 의학적인 효능이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자메이카 올림픽팀 총감독인 돈 퀘리는 “승리한 이탈리아인에게 ‘뭘 먹고 힘을 냈느냐’고 물으면 ‘파스타’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얌은 얼핏 보면 커다란 고구마 같다. 그러나 분류학상 얌은 고구마와 무관하다. 주로 아프리카·남미·캐리비언 지역 등 열대·아열대 지방에서 자란다. 야미아모(yamiamo)나 나메 얌(name yam)도 얌의 한 종류다. 야미아모는 일본산이고 나메 얌은 아프리카산이다.

영양적으론 단백질·전분·칼륨·베타 카로틴이 풍부하다. 특히 단백질 함량이 50%에 달한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통하는 콩(30∼40%)보다 많다. 전분 함량은 고구마의 세 배 이상이다. 칼륨은 혈압을 조절하는 미네랄이다. 얌의 노란색 과육에 든 베타 카로틴은 유해 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비타민이다.

이 중 볼트와 같은 운동선수에게 이로운 영양소는 전분과 칼륨이다. 전분은 뛰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준다. 삶은 얌 100g의 열량은 133㎉로 고구마(84㎉)는 물론 바나나(86㎉)보다 높다. 또 칼륨은 운동 중 다리에 쥐(근육 경련)가 나는 것을 막고 근육과 신경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한다.

얌과 속(屬)이 같은 우리나라 식물로는 마가 있다. 자메이카의 민간에서 얌이 약재로 쓰이듯이 마도 한약재다. 중국에선 마를 산약(山藥)이라 한다. 일본에선 ‘산에서 나는 장어’로 통한다. 피로 회복을 돕는다는 이유에서다.

마와 얌은 다른 점도 많다. 단백질 함량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마의 단백질 함량은 약 3%에 불과하다.

마는 발기부전 등 남성 성기능 장애 치료에 효과적이다. 중·노년 남성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전립선 비대증의 예방·개선에도 마가 좋다. 마의 끈적끈적한 성분(뮤신)이 성호르몬을 활성화해 준다고 한다. 성기능 장애 남성에게 처방하는 한방약 팔미지황환엔 마가 들어 있다. 참깨 마죽을 쑤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참깨엔 정력 증진, 생식 능력 향상에 좋은 아연·셀레늄이 들어 있어 두 식품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뮤신은 위 점막을 부드럽게 감싸주기 때문에 속 쓰림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도 마를 권할 만하다.

소화가 잘 되는 것도 마의 장점이다. 소화효소인 아밀라제가 무보다 더 많이 들어 있어 생으로 먹어도 잘 소화된다. 보리밥과 함께 먹으면 보리를 더 잘 소화시킬 수 있다.

마는 갈아서 끈적끈적한 기운이 남아 있을 때 먹는 것이 좋다. 가열해 먹으면 소화효소가 파괴된다. 마를 말려 가루로 만들면 생으로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는 색깔이 희고 무거우며 큰 것이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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