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광고 협박’ 네티즌 24명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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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수석연구원, 서울대 대학원생, 초등학교 영어교사, 공중보건의, 법원공무원, 역사연구가, 민주언론시민연합 간사….

29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가 일간지 광고 중단 압박(업무방해) 혐의로 일괄 사법처리한 인터넷 카페 ‘조중동 폐간 국민캠페인’ 운영진 및 네티즌 24명의 직업이다. 운영진에는 일반 회사원과 대학생·가정주부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40·구속기소)씨가 6월 3일 카페를 개설한 뒤 운영진을 모집하면서 모이게 됐다.

중앙·조선·동아일보 광고주 리스트 작성, 홍보 담당, 법률 지원, 게시판 담당, 카페 디자인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들은 매일 메신저와 전화, e-메일을 통해 ‘중점 공략 대상’을 선정하고 공격 방법도 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 소외 계층인) 촛불 폭력 시위대와는 달리 광고주 협박 사건의 피의자들은 고학력과 버젓한 직업을 갖고 있고 법망을 피하기 위해 조직적·지능적으로 활동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만을 사이버공간을 이용해 언론을 상대로 표출했다는 점도 차이점”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조선·동아에 비판적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광고주 협박 운동에 가담한 사실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민언련의 송모(여·29) 간사는 직접 운영자로 참여해 조선일보 자회사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는 조·중·동을 비판하는 글을 카페와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19차례 올렸다.

민언련은 이외에도 박모(35)씨를 카페 운영자로 활동하도록 하는 등 광고주 압박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나타났다. 박씨는 카페에 “광고 중단 압박을 넘어서 신문사에 콘텐트를 제공하는 업체들까지 압박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게시판지기로 활동한 대학생 최모(여·18)씨는 광고주 업체 홈페이지를 공격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내려받도록 유포했다. 실제 회사원 이모(여·29)씨와 김모(여·25)씨는 홈페이지 자동접속 프로그램으로 모여행사 홈페이지를 공격해 서버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서울대 대학원생인 안모(27)씨는 광고주인 여행사에 1억3800만원어치의 관광상품 예약을 했다가 일괄 취소하는 방법으로 여행사에 피해를 줬다. 운영진 중엔 미성년자도 끼여있었다.

검찰은 카페 게시판지기 장모(15)군이 광고 중단 압박을 독려하는 게시글을 15차례, 댓글을 44차례 올린 사실을 확인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재완 한국외대(법학) 교수는 이날 열린 ‘광고 불매 운동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광고 불매 운동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 교수는 “이는 나와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신문사는 존재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사상의 자유시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이날 카페 개설자 이씨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공무원 김모(40)씨를 포함해 14명은 불구속기소했다. 혐의가 가벼운 8명은 벌금 3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박유미·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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