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풍속>어른 의정 빰치는 프랑스 아동 모의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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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어린이의 권익보호를 위해 정부에 아동부(部)신설을 제의합니다.』 『부모가 이혼할 경우 어린이는 스스로 자신을 부양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랑스의 초등학교 5학년생 5백77명은 지난 1일 프랑스 국회(하원)에서 어린이 모의국회를 열었다.
어린이들은 아동부 신설,아동노동의 금지등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부터 공해방지법 강화,부랑자의 사회복귀 방안등 어려운 사회현안에 대해 자신들이 입안,상정한 열가지 법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對)정부 질의시간에는 『청소년체육부가 어린이를 위해 하는일이 무엇이냐』며 참석한 귀 드뤼트 장관을 다그쳤다.또 필립 세갱 국회의장에게 『우리가 채택한 법안을 진짜 국회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용의는 없는지』 묻기도 했다.
세갱 의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회의는 5학년 의원들의 법안 배경설명과 찬반투표로 이어지며 2시간여동안 계속됐다.
프랑스의회는 94년부터 이같은 「아동국회」를 열어 왔다.어린이들에게 의회 민주주의의 과정과 참뜻을 가르쳐주기 위해 어린이들이 의회에 등원,직접 의원직을 수행해보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의원과 똑같은 까다로운 선거절차를 거쳐 전국에서 당선된 어린 선량들은 동료학생들의 민원을 받아 3개월동안 학급별 토의를 거쳐 법안을 완성,이날 어린이 국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찬성표를 얻은 법안 입안자는 의회 발언대에서 자신의 법안을 낭독하는 「영광의 기회」를 가졌다.어린이들로하여금 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를 몸소 체험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학생들을 초청,여의도 국 회의사당을 한바퀴 휙 둘러보게 하는게 고작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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