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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용천역 폭발 참사] 각국 특파원이 전한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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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폭발 참사가 벌어진 북한 평안북도 용천역 일대를 직접 취재한 외신들과 현장을 둘러본 구호요원들은 "철도역과 주변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폭발지점에 난 구덩이의 깊이가 40m라고 보도했으나 신화통신은 10m라고 보도했다.

◇90도 꺾인 열차 바퀴=사고 이틀 뒤인 24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의 스타니슬라브 바리보다 평양 특파원은 용천의 폭발사고 현장을 취재했다. 다음은 바리보다 기자가 전하는 사고현장 모습.

'폭발지점에는 지름 약 70m, 깊이 40m나 되는 대형 웅덩이 2개가 생겼다. 90도로 구부러진 열차 바퀴가 사고현장에서 수십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뒹굴고 있었으며 엿가락처럼 꼬인 철로도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폭발 위력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폭발은 사고지점에 인접한 역사(驛舍)와 건물들을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여기저기 폭삭 내려앉아 흙더미로 변한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집을 잃은 1750여 주민들은 가까운 친인척 집으로 가거나 공장 건물 등에서 임시로 거주하고 있으며, 일부는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유엔과 국제적십자 등이 제공한 텐트와 담요 등 구호물자가 이들에게 지원되고 있다. 용천군 전체의 상수와 전기 공급은 끊겼으며 전화도 불통이다.

북한 당국은 아직 사고현장에 군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평양의 외국 전문가들은 "용천군이 신의주 경제특구와 인접해 있어 외국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군 투입이나 비상사태 선포를 자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대한 웅덩이=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4일 용천군 재해대책위원회 장송근(張松根)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고 원인을 전하고 아울러 현장 모습도 보도했다.

'張위원장은 사고가 22일 낮 역 내에서 유조차와 질산암모늄 비료를 실은 차량 2량이 갈이(낡은 부분을 떼어내고 새것으로 바꾸는 일)하던 중 충돌, 부근 전봇대가 쓰러져 전기 단락이 일어나면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전기 단락으로 유조차와 질산암모늄에 불이 붙어 대폭발로 이어졌다. 역 구내 철로는 폭발로 크게 파괴됐고, 산산조각난 철로 파편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고, 깊이 8~10m의 거대한 웅덩이 2개가 파인 것이 현장에서 목격됐다.'

◇현장 제한 없이 접근=아이길 소렌슨 세계보건기구(WHO) 평양 주재 대표는 이날 사고현장을 방문하고 평양으로 돌아간 뒤 전화 보고를 통해 "엄청난 피해가 났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폭발현장에서 400~500m 내의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거나 심하게 부서졌다"고 전했다.

사고현장을 둘러본 파울 바이에르 스웨덴 대사는 "우리는 현장을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었고 사진을 찍고, 잔해를 정리하는 사람들에 다가가 말을 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현장을 방문한 데이비드 슬린 평양주재 영국대사는 "북한 당국과 국제 사회가 구호에 필요한 물품에 대해 활발히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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