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수군 지휘부 직접 작성 수군편제첩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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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선수군 지휘부가 직접 작성,당시 수군의 편제 및 배치와 전함(戰艦).거북선.방선(防船)의 수량 등 해군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수군편제첩이 발견됐다.
명지대 LG연암문고(이사장 兪榮九)가 지난달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공개한 『삼도주사각처파수급신지유방분배첩책(三道舟師各處把守及信地留防分排貼冊)』에는 조선수군의 배치지역,함정 편제,거북선과 전함 등의 숫자가 기록돼 있어 조선수군 의 군제사와전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로 14㎝,세로 33.6㎝,총 26면으로 이루어진 이 첩책은 1836년(헌종2년)3도수군통제사 임성고(任聖皐)가 제작한것으로 조선수군 영(營).읍(邑).진(鎭)등 98군데의 부대배치와 당시 주력선인 81척의 전함,36척의 거북 선 등 총 1백40척 선장의 관등성명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
뒷면에 임성고의 「任」수결이 새겨진 이 첩책은 명지대 유영구이사장이 지난해 일본 도쿄(東京)의 한 고서점에서 입수해 지금까지 조사.연구를 거쳐 발표한 것.
지금까지 조선수군 관련자료로는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숙종4년.1678년),『속대전(續大典)』(영조 22년.1746년),『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정조6년.1782년),『만기요람(萬機要覽)』(순조9년.1809년),『선안(船 案)』(순조17년.1817년)등 조선수군의 보고에 바탕을 둔 2차자료인 법전(法典)류가 있었다.
이들 자료가 실제상황과 다소의 격차가 있는데 비해 이번에 발견된 첩책은 조선수군이 직접 작성해 실제의 함선배치와 수군의 주력함인 전함.거북선 등의 총수 및 작전 운용의 실태를 낱낱이보여주는 1차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 첩책에서 주목되는 기록은 거북선 숫자다.현재 알려진가장 후대의 정부기록인 『선안』보다 19년후에 제작된 이 자료에 따르면 1592년 임진왜란 당시 3척에서 출발,정조 6년(1782년) 39척을 최고로 기록했던 거북선 수 가 순조 17년(1817년)에는 17척으로 줄어들었다가 이 첩책이 만들어진1836년에는 36척으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 자료를 연구해온 박태근(朴泰根.61.동서교섭사)관동대 객원교수는 이같은 거북선의 증가에 대해 『당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은 없었으나 이양선(異樣船)의 출몰로 인한 조선수군의 전통적 방식에 의한 자위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자료에서 또 흥미있는 부분은 이를 제작한 임성고의 이력이다.홍경래의 난 당시 박천군수를 역임한 그는 홍경래에게 체포됐으나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살아나 난이 평정된 이후 승승장구,무관출신으로 희귀하게 참판과 판서까지 오른 인물.
특히 그가 형조참판이었던 1846년 병오년의 천주교 박해 당시 김대건 신부에 대해 아주 관대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김신부 자신이 내심 그가 교우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는 기록(『조선교회사』)을 남기고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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