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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 李부총리, 홍콩 리자청 회장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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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 이헌재 부총리

▶ 리자청 회장

"한국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 달라."(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삼성.LG와 제휴를 확대하겠다."(리자청 회장)

지난 22일부터 홍콩.런던.뉴욕을 돌며 한국투자설명회(IR)를 열고 있는 李부총리에게 아시아 최대 재벌인 리자청(李嘉誠) 창장(長江)그룹 회장이 '삼성.LG와의 제휴'라는 선물을 풀어놓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李회장은 그룹 산하의 허치슨텔레콤(이동통신 업체)이 유럽과 홍콩에서 추진하는 제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에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주력 제품으로 택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이 회사는 지난해 가을 영국.이탈리아에서 3G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 초 홍콩에서 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주력 단말기로는 NEC와 모토로라 제품을 채택했는데 앞으로 삼성 제품을 추가하겠다는 얘기다.

李회장은 또 "한국의 유통업 진출에 관심이 많다"며 "LG그룹과 다양한 사업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李회장이 지금까지 한국에 한 투자는 39건에 이른다.

하지만 李회장은 한국의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에 대한 불만을 간접 토로했다. "부산.광양의 컨테이너 항구에 막대한 금액(광양항에만 5억달러)을 투자했는데 성과가 신통치 않다"며 "한국 정부가 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인 투자 우대조치를 계속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따졌다. 李회장이 거느린 회사들이 전세계에서 움직이는 컨테이너 부두의 처리능력은 부산항의 네 배인 4000만TEU에 이른다.

李회장은 그룹 본사 빌딩에 있는 77층 회장실에서 면담이 끝난 뒤 李부총리를 현관 앞까지 배웅했다.

지난 23일 홍콩에서 300명의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가진 투자설명회에선 4.15총선 뒤 한국 정부가 경제정책을 좌(左) 편향으로 바꾸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한 참석자는 "민노당과 좌파 성향의 인물들이 많이 당선됐는데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李부총리는 "국회의원 당선자를 이념성향으로 나눠보면 우파는 한나라당이 70%, 열린우리당은 50%를 넘는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시장경제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만큼 정책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 경제가 완전회복 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물가가 올라도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한국 내에서 외국인 투자지분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앞으로 외국인 투자정책의 방향을 물었다. 李부총리는 "한국 증시의 문제점은 외국인 투자가 많다는 게 아니라 기관투자가가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주식시장의 투자기반을 넓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특히 한투.대투 노조가 회사의 매각과 관련해 노정(勞政)협의를 요구하는 데 대해 "무슨 노정 협의냐"며 협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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