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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 소재.형식 다른 작품 2편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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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 감독의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해온 영국 감독 스티븐 프리어즈(55.사진)의 신작 『메리 라일리』와 85년작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가 다음달 6일 나란히 개봉된다.
런던 왕립극단에서 연극으로 연출을 시작한 프리어즈는 72년 장편 극영화 『형사』로 데뷔한 이래 인종차별.동성애.실업.망명문제등 폭넓은 소재를 다뤄왔으며 88년에는 할리우드로 진출,『위험한 관계』『그립터스』『리틀 빅 히어로』같은 작 품을 발표했다. 프리어즈 영화의 특징은 연극.TV영화.유럽아트필름.할리우드의 이질적인 스타일을 버무려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점.
소재를 낯선 형식으로 가공해 새롭게 보여주는데 능하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본선 진출작인 『메리 라일리』는 고전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서 모티브를 얻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부각시킨 작품.
그러나 단순히 인간의 양면을 보여주는데서 그치는 대개의 공포물과 달리 러브 스토리를 접목시킴으로써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데 매력이 있다.
낮엔 저명한 의학박사로 살고 밤엔 야수로 돌변하는 「박사」는속에서 들끓는 악마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분열증적 인물이다.
그의 옆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학대로 깊이 상처받은 하녀 메리가 있다.박사는 자신의 악마적인 모습을 사랑해주는 인간을 기다리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공포에 질린 얼굴들 뿐이다.
박사의 악마적인 행동을 간절한 기다림으로 읽어내는 인물은 메리뿐이다.이 두 인물의 관계를 섬뜩할 정도로 적확한 심리묘사로이어가면서 거기서 사랑을 찾아내는 프리어즈의 시선은 섬세하고 날카롭다.
박사역을 맡아 1인 2역을 해낸 존 말코비치의 연기는 허무와광기를 오가는 조울증 그 자체다.
귀여운 여인의 이미지를 깨고 메리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는 상처를 넘어선 여자의 바다같은 너그러움을 절제된 표정으로 보여준다. 처음 연출한 『케링턴』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토퍼 햄튼의 깊이가 느껴지는작품이다.
프리어즈의 세번째 장편 극영화인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메리 라일리』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
부유한 파키스탄 이민자와 가난한 영국 백인들의 갈등을 두 청년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보여 준다.
파키스탄계 청년 오마르는 돈을 벌기로 작정하고 숙부의 망해가는 세탁소를 맡는다.
영화는 그가 고교동창인 백인 불량배 조니와 함께 호텔식 세탁소를 차려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잘한 일상적 에피소드로 실감나게 엮어 나간다.
계급과 인종등 장벽을 허무는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설정한 상황이 오마르와 조니의 동성애란 점이 인상적이다.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식으로 사랑을 끄집어내 사랑에 대한 일반의 통념을 깨버리는 프리어즈의 넓은 정신적 지평을 느낄 수있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조니역을 맡아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하는 전기를 마련한 영화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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