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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재기 도와준 이웃에 송아지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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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가 시름에 빠졌을 때 이웃들이 건져줬어요. 그때 받았던 도움의 일부분을 되돌려드리는 것이지요."

경북 경주시 강동면 호명목장 이종화(48.(右))대표.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던 우량 젖소 송아지를 낙농가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낙농 지도자인 그는 "1991년 태풍 글래디스 때 목장이 침수되면서 큰 피해를 당하고 실의에 빠져 있었다"면서 "그때 이웃들의 도움과 200여만원의 국민성금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은의 마음'으로 지난해부터 개량 젖소 송아지 무상 보급을 시작했다.

李씨는 지난 23일 호명목장에서 젖소 개량에 뜻을 둔 경주시 안강읍 대동목장 정율락(44.(左))씨에게 자신이 손수 개발한 우량 품종 젖소 송아지 한마리를 무상으로 전했다. 시장에 팔면 200만원은 받을 수 있는 송아지다. 그는 정씨에게 더욱 품질이 뛰어난 젖소를 개량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李씨가 기증한 송아지는 아비소 '컴스타아웃'과 어미소 '호명 힐탑' 사이에서 지난해 12월 태어난 '호명 매디슨 아웃사이드 305호'. 지난해 기증한 송아지와 연결지어 '나눔 2호'란 별칭도 붙였다.

李씨는 혈통이 등록된 젖소를 20년간 개량해 왔으며, 현재 12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보통 어미 젖소의 경우 연간 산유량이 7000㎏ 안팎인데 비해 李씨가 개량해 사육 중인 젖소는 연간 1만800㎏ 정도의 우유를 생산하는 뛰어난 산유 능력을 자랑한다.

한국종축개량협회 이상기(51)부장은 '나눔 2호' 어미 젖소는 연간 산유량이 보통 젖소보다 4000㎏이 많고 유지율(우유에 지방이 들어있는 비율)도 3.77%로 높게 나타나는 우량 품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李씨는 이 우량 젖소 송아지를 받은 농가가 이 소가 낳을 송아지를 다시 다른 낙농가에 릴레이식으로 기증토록 요청했다. 우량 젖소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유제품 수입 등으로 낙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젖소의 품종을 개량해야 합니다. 우량 송아지 기증이 이어달리기 식으로 계속된다면 낙농가의 소득도 증대될 것입니다."

그는 "앞으로 5년간 우량 송아지 기탁을 계속해 지역 낙농 발전에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주=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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