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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동심이 베푸는 축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나는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의 몸짓과 언어 하나하나에 날마다 새로운 기쁨을 얻게되는 속셈학원 강사다.대학을 갓졸업하고 곧장 이 길로 들어설 땐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다.여리디 여린 아이들의 예쁜 마음을 행여 다치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이렇게 반신반의했던 이 직업에 종사한지도 어느새 4년째다.
내가 지금까지 이 직업에 종사할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때문이다.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우선 그 아이들의 동심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함 을 느꼈다.
어느 가을날 한 아이가 도토리를 주워왔다.한참을 손안에 두고신기한듯 도토리를 보고 있던 아이는 정말 심각한 눈으로 『선생님 이 도토리 살려줄까요』한다.
한낱 나무열매에도 「살려준다」는 표현을 하는 그 아이가 왜 그렇게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던지.
언젠가는 한 아이가 『선생님 제가 별 따줄게요』한다.그 말이황당하게 들려 되물었더니 아이는 『엄마별.아빠별.누나별,그리고선생님별.와 다 따려면 무척 많이 힘들거야』하고 걱정스런 얼굴을 한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색종이로 카네이션 꽃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스승의 날이 되자 이젠 날 위해 아이들이 꽃을 만들어왔다.카드를 여는 손이 무척이나 설레었다.카드속에는 삐뚤삐뚤한글씨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너무 행복해 가슴속에 풍금소리가 울리는 기분이었다.
이런 행복감에 빠져 있다가도 문득문득 아이들에게 「어른」이란어떤 세계를 의미할까하고 반문해본다.
나 또한 아름다운 어른이어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보게된다.
몇년동안 아이들의 진한 향기에 흠뻑 취해 있었다.얼마있으면 나는 이 아이들 곁을 떠나게 되지만 아이들의 그 보석같은 눈동자는 늘 가슴에 담고 있을 것이다.
김미정 대전시유성구덕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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