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한반도 급격한 통일은 되레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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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스탈린 제국의 경계(境界)에는 2개의 분단된 국가가 존재하고있다.그 하나는 서양에 있는,지금은 급격하게 통일을 이룬 독일이고 다른 하나는 동양의 한국이다.한국은 독일과 유사한 분단종식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과연 한국도 독일처럼 급격한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가져도 되는 것일까.이에 대한 대답은 유감스럽게도 아니다.지난 40년동안 남북한 사이의 간격은 넓어져만 갔다.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남한에 비해 경상가격으로 따져볼 경우 10%,무역규모에선 1%밖에 되지 않는다.반면에 남한은 세계 11위의 무역국이 됐고 1인당 국내총생산도 지난 95년 1만2백달러에 이르는 고소득국으로 변신했다.
동서독 사이에 존재했던 소득및 생활수준의 격차보다 훨씬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남북한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한국의 갑작스런통일은 너무 위험하다.물론 서독과 비교해볼때 남한이 유리한 점도 있다.북한주민의 생활수준이 너무 열악해 현재 의 수준을 유지하는데 특별히 많은 돈이 요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남한은 서독과 비교해 국민소득이 절반정도밖에 되지않아 통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여기다 남한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북한이 붕괴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여기에는 두개의 경제적인,그리고 하나의 정치적인 시사점이 있다.
첫째 공산주의 국가의 제도개혁이 성공하고 경제가 안정되려면 결국 성공한 시장경제국가의 제도와 경제정책을 도입하는 길밖에 없다는 점이다.둘째 분단국가의 통합은 곧 2개의 노동시장이 통합됨을 의미한다.셋째 통합국가는 오직 하나의 정치 체제만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생산력의 격차를 무시한채 진행됐던 동서독간의 급속한 동일임금실시는 처음에는 산출부문의 붕괴를 초래했고 장기적인 경제침체로이어졌다.
한국은 이와 같은 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서독의 경우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통일된 국가에서 인구이동을 통제함으로써 노동시장합병을 피하는 것이다.물론 민주주의체제에서 이는 매우 어렵다.
두번째 가능성은 노동시장은 병합하되 임금은 시장에서 산정하는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남한에서 벌어진다.통일된 한국에서의 1인당 소득은 3분의1 수준까지 낮아질 수도 있고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할지도 모른다.
유일한 매력적 대안은 장기적으로 소득집중의 기회를 제공할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하면서 북한을 존속시키는 것이다.한국은 어떻게든 독일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즉 북한으로의 자본유입을 장려하면서 북한의 생산력이 상당한 정도에 이를 때까지 두 노동시장간의 이동을 통제해야 한다.이를이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북한을 남한의 후견을 받는 분리된객체로 두는 것이다.
[정리=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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