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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라 … 경쟁에 몸을 맡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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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비롯한 두산그룹 계열사 고위 임원진은 대학가를 누비며 자사 홍보활동에 나섰다. 김준기 동부 회장은 그룹 계열사 사장들에게 “우수한 대학생들을 직접 스카우트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강덕수 STX 회장은 채용면접에 직접 참가해 신입사원을 골랐다.

기업들이 인재확보에 기업의 명운을 걸고 있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는 “5%의 핵심 인재가 나머지 95%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는 중이며, 기업들은 ‘스타급 인재를 잡아라’라는 슬로건 아래 인재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은 자사의 기업문화와 발전전략에 맞는 ‘맞춤형 인재’를 발굴하려 한다. 안승준 삼성전자 인재개발연구소장은 “치열한 국제경쟁과 발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인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세계 각지에 현지공장을 설립하면서 글로벌전략을 추진 중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인재상은 ‘진취성과 국제적 감각’이다. LG디스플레이는 열정과 팀워크를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국내외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관리하기 위한 ‘탤런트 매니지먼트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SK에너지·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이에 맞는 인재를 찾겠다는 것이다.

◇“도전 정신이 가장 중요”

하반기 기업들이 채용하고자 하는 인재는 ‘도전성, 창의성, 올바른 도덕적 가치관을 가지고 조직 내에서 조화롭게 일할 사람’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기업의 사고방식’이란 보고서에서 싸고 성실한 노동력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성장 기반으로 삼아온 한국 기업 발전사에 비춰볼 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이 우수한 인재라고 생각됐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창의성과 자발성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해야만 도태되지 않는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월 160여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질은 ‘창조성과 성취의식’이었다. 2003년 조사에서는 ‘글로벌 역량’에 대한 요구가 높았으나, 이 덕목은 7순위로 밀렸다. 대신 ‘도덕성과 올바른 가치관’이 둘째로 요구되는 자질로 꼽혔다. 전경련 기반산업팀의 강수정 조사역은 “취업준비자들의 외국어 능력은 이미 평준화됐다고 평가되는 반면 입사해 보고서나 기획서를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로 틀에 박힌 사고를 많이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취업준비자들에게서 협동심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실제 기업들이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류 전형 시 전공을, 필기 시험 때는 외국어 점수를 가장 많이 고려했다. 인·적성 검사에서는 책임감과 윤리성, 면접에서는 조직몰입도를 우선시했다. 조직몰입도란 자신이 소속돼 있는 조직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헌신하고자 하는 정도다. 이어 ▶대인관계 ▶문제해결능력 ▶리더십이 뒤따랐다.

◇ 키워드는 ‘융화’와 ‘성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올해 가장 뽑고 싶은 인재 유형으로 ▶팀워크 좋고 ▶성실하며 ▶노력하는 사람을 꼽았다. 잡코리아가 올 초 기업인사 담당자 543명에게 물어본 결과 ‘개인플레이보다 팀워크에 앞장서는 인간관계 좋은 직원’을 선호한다는 답이 31.9%에 달했다. 금융, 서비스, 유통, 자동차·항공, 전기·전자, 조선·중공업 업종에서 1위에 올랐다. 건설, 기계·철강, IT·정보통신 업종에서는 ‘주어진 일을 밤을 새워서라도 마치는 성실한 인재’를 원했다. 또 석유·화학, 식음료, 제약 업종에서는 ‘묵묵히 열심히 배우고 따라 하려는 노력파 인재’에게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답이 많았다.

신입사원 채용 때 기업들은 ‘적극적 마인드’를 가장 중시했다. ▶지원자의 인성 및 성격 ▶인간관계 스킬과 조직융화력 ▶성장 속도와 발전가능성 ▶창의력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회사 성장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인재의 특징은 차이가 있었다. 잡코리아가 5월 기업 인사담당자 493명에게 질문한 결과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들은 ‘이해력이 빠르고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사람’(65.9%)이었다. ‘자기계발 의지가 강한 인재’(46.2)가 뒤따랐다. 인사 담당자들이 뽑고 싶어한 조직적응력과 조직 운영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의 경우 3, 4위로 밀렸다. 특히 중소기업체일수록 이 같은 성향이 짙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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