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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루 16원 급등 … 외환딜러들도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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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5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에 비해 달러당 16.40원 오른 1078.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5일 하루 새 16.4원 오르며 1080원 선에 육박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100원 선을 뚫고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도 당분간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30분도 안 돼 1070원 선을 뛰어넘었다. 21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1050원 선을 넘어선 데 이어 22일 1060원 선마저 돌파한 게 이날 아침부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외환딜러들은 이날 점심을 걸렀다. 외환당국이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비교적 거래가 한산한 점심시간에 달러를 대규모로 내다 파는 이른바 ‘도시락 폭탄’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대적인 정부 개입은 없었다. 정부가 적극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달러를 사겠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그 결과 환율은 더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78.9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4년 11월 이후 3년9개월 만의 최고치다.

우리은행 권오현 과장은 “당국의 개입은 미세조정 수준의 소량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환율은 1100원 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조만간 환율이 1100원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환율과의 전쟁’ 포기했나=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1006원) 이후 한 달 새 73원이 올랐다. 환율 상승의 원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다. 특히 서울 외환시장엔 달러를 찾는 수요가 넘친다. 유가가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고유가여서 정유업체들의 결제 수요가 많다.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자마자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외환당국도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외환보유액으로 갖고 있던 달러를 무차별 살포했다. 지난달 9일엔 점심시간에 약 50억 달러를 풀어 환율을 990원대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주 환율이 치솟는데도 당국은 잠잠했다.

정부 관계자는 “떨어지는 칼날을 받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환율 상승 압력이 너무 커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럴 때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달러를 지금보다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한 외환당국자는 “환율 방어를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면서도 “그러나 외환보유액을 소진한다는 비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당국이 7월 한 달 동안 약 200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유가가 최고점에서 20%가량 하락하며 물가 부담이 다소나마 줄어든 것도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 요인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한은 기준금리 인상과 유가 하락으로 뒤로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상렬·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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