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그19기 귀순 69초간 실제상황 불구 경보체계 낮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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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천1백만명 시민의 안전을 보장해야할 서울의 방공망은 서울시민방위경보통제소 직원들의 안일과 태만,경보체계의 부실로 철저히무너져내렸다.
어떤 경우든 허점이 있어서는 안되는 국가안보망에 구멍이 뚫린것이다.서울시 민방공경보통제소가 내무부 소속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경기도오산)로부터 미그기 출현에 따른 실제상황 대기경보(real stand-by)를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받은 시각은 이날 오전10시57분44초(서울시 주장).
이어 9초후 해제상황이 접수,58분05초 실제상황 경보,59분39초 경계경보발효 신호(real alarm)등으로 상황이 급박하게 바뀌었다.
그러나 서울시 경보통제소 직원들은 이를 훈련상황으로 착각,컴퓨터상에 경보해제 명령이 내려진 11시48초까지 숨가쁘게 실제상황이 전개된 69초동안 경보를 울리지 않았다.
근무자들이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우왕좌왕하던 오전11시10분쯤 내무부 당국자로부터 실제상황이었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서야경보를 울리지 않은 사실을 안 것이다.
비슷한 상황들이 매일 수십번씩 컴퓨터단말기에 나타나 훈련상황으로 착각했다는 것이 직원들의 해명.그러나 컴퓨터단말기를 통해실제상황임을 알렸는데도 근무자가 중앙통제소에 상황 확인도 안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이날 근무자는 실제상황 당시 자리를 이탈했거나 방심으로 컴퓨터에 나타난 상황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경보전달체계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현재 중앙통제소와 서울통제소의 연락시스템은 자동경보시 스템과 수동경보시스템으로 구분되는데 평상시 서울시 자동시스템 전원은 차단돼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평소 중앙통제소에서 화생방훈련(CBR)등 각종 훈련이 있을 때면 훈련상황으로 경보를 보내는 경우가 많아 자동경보시스템의 전원을 켜놓을 경우 자칫 서울시 전역에 이를 실제상황처럼 경보를 울릴 가능성이 많아 작동을 중지했다는 것.때문 에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자동시스템을 작동시키지 않는다는게 서울시의 설명. 그러나 경기.인천지역의 경우 항상 자동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다.이는 훈련상황일지라도 근무자가 통제소에 상황을 재확인하는등의 방법으로 실제상황 여부를 체크해 무분별한 경보발령을 막을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경기지역은 자동경보시스템을 작동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중앙통제소 경보발효지시 시간인 오전10시56분 정상적으로 경계경보를 울릴 수 있었다.
근무자의 근무체계도 이번 사건이 결코 단순한 실수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현재 서울통제소의 직원 24명중 상황근무자는 13명.이들은 2명 6개조로 나누어 1주일에 한번씩 24시간 근무한다.때문에 위급상황이 발생하기 쉬운 새벽시간대 에는 밀리는피로와 졸음으로 철저한 상황체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은 『경계에서 실수란 있을 수 없다』며 『매달 민방위훈련이 실시됐는데도 실제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서울시의 경보체계는 차제에 대폭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형규.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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