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노래찾기>안숙선의 '토끼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판소리와 색소폰.얼핏 생각하면 도저히 조화를 이룰 수 없을 것같은 두가지 음악양식이 절묘하게 어울린 음악이 있다.김덕수패사물놀이와 독일의 재즈그룹 레드선이 협연한 음반 『난장.뉴 호라이즌』(95년.킹레코드)속에 들어있는 「토끼 이야기」(래빗 스토리)가 그것이다.
전통 판소리는 창자(唱者)의 변화무쌍한 목소리가 지닌 깊은 매력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쉽게 깨뜨리지 못한다.그러나 명창 안숙선(사진)이 판소리 『수궁가』중토끼 사로잡는 대목을 부른 「토끼 이야기」는 그 러한 선입견을보란듯이 파괴한다.기본적인 장단은 장구와 꽹과리가 몰아치는 자진모리.하지만 국악 장단의 틈새를 묵직한 베이스 터치가 파고드는가 하면 알토 색소폰의 선명한 음색이 소리의 목과 목 사이를이어준다.간헐적으로 들리는 가야금 과 대금도 목숨이 경각에 달린 토끼의 절박한 심리를 묘사하는데 일조한다.
사물과 어우러지는 색소폰과 베이스 연주는 해학적 분위기를 자아낸다.「토끼 이야기」는 이러한 기법을 동원,「전통음악=한(恨)」이란 선입견을 또한번 깨뜨리며 거세된 해학의 공백을 과감한서양악기의 도입으로 채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