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그에게 어머니 헬렌이 소중히 보관해온 책 한 권을 건넸다. 2005년의 일이다. 제목은 『Village Life in Korea (한국에서의 시골 생활)』.외증조부가 1909년 펴낸 책이다. 한반도 곳곳에 다니며 선교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인들의 생활상과 풍속 등을 생생히 그렸다.
“외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언젠가 한국에 꼭 가보리라 다짐했는데, 책까지 발견하니 기억이 새롭더군요. 단숨에 다 읽었어요.”
이 책은 제이콥스의 외할머니가 딸에게 가보로 물려준 것 말고는 미 의회도서관에 보관된 한 권이 전부일 정도로 희귀본이다.
“책이 그대로 묻혀있는 게 안타까웠어요. 특히 현재의 한국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그래서 알고 지내던 한국인들에게 연락해 번역·출간을 제안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달 『1900, 조선에 살다』(푸른역사)라는 책으로 한국에서 출간됐다. 출간에 맞춰 방한한 그는 “외증조부가 살았던 집도 방문할 계획”이라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1982년부터 4년간 오하이오 주하원의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쇼핑센터를 비롯한 부동산 개발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일과도 연결돼 2005년엔 제주도에서 호텔·레저 관련 사업도 추진했다. 그는 “외증조부 때부터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을 대대로 소중히 가꿔가고 싶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생각이기 때문에 방한할 일이 더 잦아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