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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홀릭의 지리산 기행 ③ 매동마을에서 지리산과 함께 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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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남원시 산내면에는 매화를 닮은 마을이 있다. 그래서 이름도 매동마을.
옛날 옛적 마을을 지나치던 한 선승이 아름다운 매화 모양의 마을 지형에 반해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이 마을에 처음으로 정착했던 사람은 달성 서씨라고 알려졌다. 이어서 김해 김씨가 들어와 마을에 곧 사람이 넘쳐났다. 여느 지리산 마을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쟁 때 북측과 남측의 분쟁으로 가장 큰 진통을 겪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매동마을에는 활기만이 넘쳐난다. 녹색농촌마을로 지정되어 고을 전체가 각종 농촌체험으로 떠들썩하기 때문이다. 벌써 3년째 ‘팜스테이와 녹색체험 거리’를 성공리에 운영하고 있는 매동마을. 발 빠른 주민들의 노력으로 시골장터도 무척 활성화 돼 있다. 그렇다보니 체험학습을 좋아하는 어린이들과 친환경 농산품을 선호하는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매동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학습은 뱀사골에서 이루어진다. 마을의 ‘뱀사골과 숲을 탐험하는 코스’는 아토피를 앓는 도시 어린이들과 삼림욕이 필요한 어른들에게 신선한 산소를 제공하는 동시에 살갗과 호흡기로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을 좀 더 장시간동안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역사기행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섰다면 남원지역을 전반적으로 투어 할 수 있는 ‘문화유산해설’에 참여해 황산대첩비와 국악성지를 돌아볼 것을 권한다. 유아들을 위한 ‘빈집 꾸미기’와 같은 체험코스도 눈여겨보자. 벽화 그리기 등을 통해 역사 속 이야기를 풀어내며 빈집을 꾸미는 단순한 코스지만 재미와 학습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기발한 프로그램이다.

좀 더 활동적인 코스로는 지리산 자연활동가들과 함께 하는 ‘자연놀이’가 있다. 지리산 일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고 있는 전문가와 만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다. 말로만 들어온 연잎차를 직접 만들어 마셔보는 체험은 어떤가? 차뿐만 아니라 연밥과 연국수까지 만들어보는 ‘백련체험’이 다도인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만 풍성한 것이 아니다. 공예에 관심있는 어른들이라면 ‘목공예 체험’에서 솜씨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목기와 장승 만들기에 도전해 보자. 그 밖에, 친환경 인증 논에서 모심기를 하고 수확을 하는 코스나 과수원에서 꽃 솎기를 하고 열매 따기 등을 하는 농촌체험 코스도 계절별로 매우 다양하다. 배고픈 시절의 추억이 돼버린 ‘콩서리 체험’은 어른들을 향수에 젖게 하는 동시에 아이들에게 가난한 시절을 재밌고 자연스럽게 얘기해줄 수 있는 참신한 코스다.

지난 5월, 지리산길이 개통되어 마을의 민박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 이제 농촌은 더 이상 농촌 사람들만의 전유 공간이 아니다.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이 더욱 긴밀하고 투명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매동마을 주민들의 철학이다. 그래서 매동마을은 서울의 농협, 시청과 자매결연을 맺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서울시청에서 매동마을을 찾아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도왔다고 한다. 지리산 청정지역 해발 450이상의 준고랭지에서 나는 꿀과 각종 농산물들은 그 맛과 풍미가 최상급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품목으로는 감식초, 곶감, 복분자, 유정란, 청정쌀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http://maedong.org/

사진/ 장정순, 매동마을

객원기자 장치선 charity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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