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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사전심의 60년만에 폐지 기념공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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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중음악인들의 숙원이었던 사전심의제도 폐지를 기념하는 공연이열린다.다음달 7일부터 사흘동안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리는 공연은 60년만에 완벽한 창작의 자유를 누리게 된 음악인들의 축제와 다름없다.때문에 공연 이름도 「자유」라고 붙 여졌고 공연일자도 개정된 「음반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날짜에 맞춰진 것.출연자들이 모두 무료로 나온다는 것도 이 공연의 축제적 성격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이 공연 출연진은 국내의 대표적 가수.그룹들이 총망라 돼 있다.넥스트.삐삐밴드.시나위.신성우.윤도현.크래시 등 한국 록의선두주자들과 가수 조동진.양희은.정태춘.박은옥.강산에.안치환.
장사익.꽃다지.노찾사.천지인.조국과청춘 등 노래 운동 그룹이 출연한다.
이중에는 사전심의제의 실질적 피해자들이 포함돼 있다.
공연 첫날인 7일 마지막 순서를 장식할 양희은은 『아침이슬』(김민기 작곡)등 많은 초기 대표곡이 유신.5공 치하에서 금지곡으로 묶이는 수난을 겪었던 검열제도의 대표적 희생자다.
양희은은 이날 무대에서 『늙은 군인의 노래』『백구』『아침이슬』등 과거의 금지곡 3곡과 『한계령』『못다한 노래』를 부른다.
또 누구보다 앞장서 사전심의제도 폐지를 위해 노력했던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음반 『아,대한민국』『92년 장마 종로에서』는 아직도 「불법음반」이다.
정태춘 부부는 사전심의제에 항의하는 뜻으로 두장의 음반을 심의를 받지 않고 시중에 배포시켰고 이로 인해 형사입건되기도 했다. 정.박 부부는 이번 공연에 사흘동안 연속 출연할 예정.
또 강산에는 황금만능주의적 세태를 질타한 『돈』의 가사가 문제가 돼 첫음반에서는 가사를 뺀 채 연주곡만을 수록했고 두번째음반에 재수록하면서도 제목을 바꿔야만 했다.
안치환도 『죽음』이란 노래가 심의불가 판정을 받았다.또 꽃다지가 부른 노동가요를 모아 민예총이 펴냈던 『노동가요 공식음반』은 후에 판매금지 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사전심의제도는 일제시대 「레코드 취체법」부터 비롯된 것으로 그동안 『창작의 자유를 가로막는 위헌적 제도』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음비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다음달부터 영원히 역사의 유물로 사라지게 된다 .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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