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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규모 경기장서 연설…미 국토안보부, 테러 경계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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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콜로라도주 덴버에 보안 비상이 걸렸다. 덴버의 기마 경찰들이 20일 시빅센터 공원을 순찰하고 있다. [덴버 AP=연합뉴스]

“오바마에 대한 테러나 암살을 막아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호를 맡은 미 국토안보부 산하 비밀경호국(USSS)은 초비상이 걸렸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당 대회 마지막 날인 28일 8만 명을 수용하는 미식축구경기장(덴버 인베스코 필드)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사방이 트인 대형 공간에서 공개 연설을 하면 그에 대한 테러나 암살 시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오바마를 암살하겠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하고 다니면서 숙소와 자동차에 실탄이 장전된 권총과 방탄조끼, 군복을 숨겨온 20대 백인 레이먼드 헌터 가이즐이 플로리다주 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USSS는 오바마의 연설 현장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인종우월주의자들과 골수 공화당원, 알카에다 관련 혐의자들에 대해 특별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인종우월주의자나 골수 공화당원은 오바마의 대선 승리를 막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고 있고, 알카에다는 전당대회에서 테러를 벌이면 국제적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USSS는 오바마 주위에 폭발물 탐지견, 방탄차량과 통신 방해 장비를 완비한 정예요원 수십 명을 하루 3교대로 배치하고 3주마다 인원을 교체하는 등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하고 있다. 오바마 경호에 하루 들어가는 비용만 4만5000달러다. 하지만 오바마가 8만 인파가 모인 미식축구경기장에서 연설할 경우 인원은 현재의 4배가 필요하고, 저격수 여러 명과 정찰기까지 동원해야 할 것으로 USSS는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3일 뒤에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시작된다. USSS 대원들은 오바마 경호를 마치자마자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 경호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두 정당의 전당대회에 한 달 이상 간격이 있었던 2004년과는 천양지차다. 또 전당대회 직전 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 담당 경호원을 추가로 붙여 줘야 한다. 두 정당의 전당대회 경호 비용도 당초 예상됐던 8524만 달러(약 852억원)보다 950만 달러가 더 들어갈 전망이다. 톰 리지 전 국토안보부 장관은 오바마의 야외 연설 계획에 대해 “경호 인력과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갈 것”이라며 “오바마가 이런 걱정을 아는지나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USSS는 1968년 로버트 케네디 민주당 대통령 유력 후보가 암살된 직후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경호를 강화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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