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제임스 볼저 뉴질랜드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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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임스 볼저 뉴질랜드총리(사진)가 뉴질랜드의 경제개혁에 관해본지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1박2일의 짧은 방한(訪韓)기간중 이한(離韓)직전 어렵게 짬을 낸 볼저총리는 11일 하얏트호텔 로열스위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는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에서는 손을 떼고 교육.복지.환경등 고유업무에서 제 역할을 해야한다』는 총리로서의 행정철학을 강조했다.
-개혁을 추진중인 한국은 경제개혁의 성공사례로서 뉴질랜드의 경험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개혁을 촉발한 것은 무엇인가.
『뉴질랜드는 80년대초 과거체제의 실패에 따른 막대한 재정적자와 고물가,실업증가,투자의 부족등으로 경제의 방향을 바꿔야 했다. 과거체제에서는 정부가 민간경제활동 전반에 대해 규제를 했었다.심지어 버터대신 마가린을 사려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할 정도였다.
이런 지나친 개입이 민간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개혁이 시작됐다.』 -개혁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왔나.
『우선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할 산업활동에서 물러나는 것이다.그래서 국영철도를 민영화하고 세계적 규모 임업사업도 민영화했다. 정부독점의 통신사업도 민영화.완전개방체제로 전환했다.아울러 공공사업 규모를 과감하게 줄이면서 정부의 역할은 정책적 조언과 교육.환경.보건등 정부 고유업무로 한정했다.』 -거시경제운용의 틀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던데.
『기업의 투자여건을 조성키위한 거시경제정책 운영에 고심했다.
그 첫번째 일이 완전하게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마련하는 것이었다.중앙은행의 총재에게 맡긴 것은 0~2% 범위내에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꾸려나가는 것,단 한 가지였다.70년대이후 20년간 연평균 10%수준이던 인플레는 90년대 들어와 2%로 떨어졌다.
두번째는 노동법 개정이었다.세세한 사항까지 규정하던 노동법을91년 크게 손질했다.
경영자와 직원이 자유롭게 고용계약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했고고용계약에 대한 노조의 권한을 대폭 축소했다.』 -정부의 재정운용에 관한 개혁도 소개해달라.
『93년에 제정한 재정책임법을 들 수 있다.이 법 제정으로 정부는 연중 정기적으로 재정현황을 국민들 앞에 명백히 공개할 의무를 갖게됐다.민간기업이 하듯 재정적자율.조세수입및 지출.재정수지에 대한 전망등을 알리는 것이다.기업회계방식 에 따라 국부(國富)상태를 알 수 있는 「국가회계」도 만들고 있다.
재정책임법은 특히 선거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정부는 선거 6주전까지 「선거를 앞둔 재정현황표」를 내야하며 국민들은 이를 통해 국가재정의 진실을 알 수 있다.』 -행정개혁도 성공사례로 자주 지적되는데.
『행정개혁의 핵심은 정부부처의 운영에 「민간기업적」인 운영요소를 도입하는 것이었다.예를 들어 정부부처의 간부들은 총리가 임명하는 장관들과 민간기업과 유사한 고용계약을 한다.
1년동안 성취해야할 일을 정밀하게 정하고 계약이 만료되면 성과를 평가한다.대부분은 재임용되지만 탈락하는 사람도 있다.
목표를 명확히 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게함으로써 개별부처의 효율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개혁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동안의 노력으로 이제는 뉴질랜드가 투자하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그 결과 상당 규모의 외국인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규모는 크지않지만 한국으로부터의 투자도 있다.더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경쟁적인 시장이 형성됐다.특히 중요한 것은 통신사업의 민영화였다.통신개방에 따른 미국 대기업들의 참여로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개혁조치의 결과 경제기반을 확충할 수 있었고,이를 통해 수출영역도 넓힐 수 있었다.』 -개혁이후 정부의 새로운 역할은 무엇인가. 『뉴질랜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철폐 합의가있기 전에 이미 정부보조금을 없애 왔다.일부 연구개발에 대한 일반적인 지원이 있을 뿐이다.
민간에 대한 지원은 이제 더이상 정부가 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우리는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자율적인 투자결정을 내리고 성공과 실패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유지하는데 있다고 본다.
정부는 고유의 책임영역이 있다.
교육이 그 한 예다.교육투자,특히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급기술로 숙련되고 자격을 갖춘 인력이 배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공의료보험체제와 실업등에 관한 다양한 사회복지지원도 중요한정부의 역할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 증대가 필요한 또 다른 분야가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보호다.「깨끗한 녹색의 뉴질랜드」라는 이미지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다.』 -이러한 개혁조치에 반발도 있었을텐데.
『물론 기득권층의 반발이 있었다.나는 이래저래 반대가 있을 바에는 소소한 조치보다 과감한 개혁조치를 취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주주의 아래서는 국민이 싫어하면 투표로 정부를 바꾸는 것 아니겠는가.우리정당이 계속 집권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개혁에 관해 국민설득에 성공한 것 아닌가 싶다.』 인터뷰=김정수 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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