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그룹 돈세탁 사법처리 어떻게 되나-이원조씨 개입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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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석원(金錫元)전쌍용그룹회장이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 2백억원을 계열사 주식으로 실명전환해준 사실이 검찰의 자금추적 과정에서 드러나자 金씨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또 다시논란이 일고 있다.
金전회장은 이미 전두환(全斗煥)씨의 비자금 1백43억여원을 실명전환해주고 1만원권 현찰로 사과상자 25개박스에 보관해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안강민(安剛民)대검 중수부장은 『金씨가 盧씨의 비자금을 실명제 실시 이전에 이원조(李源祚)전의원을 통해 전달받은뒤 이를 실무자들에게 맡겼을뿐 이후에는 관여하지 않아 실명제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공인회계사 출신의 그룹내 대표적인 자금통(資金通)인 우덕창(禹德昶.56)부회장이 경영권에 영향을 줄지 모르는 계열사의 주식변동을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또 검찰은 金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盧씨 비자금을 계열사 직원 20여명의 이름을 차용해 쌍용그룹 계열사 3개사의 주식으로전환해준 禹부회장과 홍사승(洪思昇.48)쌍용양회전무 역시 이 돈이 盧씨 돈인줄 몰랐기 때문에 사법처리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그 러나 법조계에서는 실명제 실시이후 불법 실명전환 혐의로 처벌된 다른 사례와 비교해 볼때 金전회장에 대한 검찰의 법적용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의성이 있는 경우 검찰은 대부분 기소를 통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대법원 형사1부(주심 李林洙대법관)는 고객이 예탁한 양도성예금증서(CD)를 불법 실명전환해 준 혐의로기소된 배진성(裵鎭聲)전동아투금전무의 상고심에서 『고의성이 발견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깼다.더구나 검 찰은 쌍용의 盧씨자금 변칙 실명전환 사실을 2월10일께 쌍용그룹 관계자들에대한 조사를 통해 파악하고서도 지난 16일에야 뒤늦게 압수한 것으로 드러나 총선을 의식,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金전회장이 실명전환의 대가로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검찰의불기소 이유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裵전동아투금전무,이대찬(李大燦)전항도투금서울사무소장,이경훈(李景勳)전대우회장등 실명전환의 대가를 받지 않고도 기소된 전례가 많다.검찰은 盧씨의 비자금 6백6억여원을 실명전환해준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의 경우 『비자 금을 회사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혐의를 적용,고령임에도 구속시킨 적이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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