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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탄생숨겨진뒷얘기>1.심은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한 사람이 스타로 탄생하기까지에는 우연이란 단어로 간단히 표현하기 힘든 그 무엇이 있다.나름대로 번민의 터널을 지난 뒤 찾아든 천재일우의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든 사람만이 스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성공한 연예인들이 스타로 본격 발돋움하는 계기가 돼준 숨겨진 얘기들을 엮어 「스타탄생-숨겨진 뒷얘기」에담는다. [편집자註] 『화장을 지우고 대사를 한번 외워봐.』 PD의 이 한마디가 심은하(24)의 앞날을 결정지었다면 누가 믿겠는가.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햇병아리 탤런트에게 PD의 이 한마디는 장래를 계시하는 예언과도 같았다.만약 이 순간을 잘 넘기지 못하고 심은하가 『마지막 승부』의 「다슬 」역에서 탈락했더라면 그녀의 스타성은 지금보다 훨씬 뒤늦게 발현됐을 것이 틀림없다.언뜻 스타는 우연하게 키워지는 것 같지만 그 과정에는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연같은 필연이 도사리고 있는 법.심은하는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스산한 바람이 겨울을 재촉하던 93년11월.언젠가 「불러줄」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심은하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6개월전 MBC 22기 탤런트로 뽑혔지만 단역 한번 제대로 못하고 빈둥빈둥 집에서 놀던 때였다.당시 한창 인기있던 『한지붕 세가족』에 양미경 동생으로 눈꼽만한 배역을 맡았었지만 언니가 빠지는 바람에 심은하도 「동반하차」,쓴맛을 다시고 있던 터였다.겨우 한달을 넘긴 여섯번 출연이 이력의 전부였다.
이날 풀이 죽어있던 심은하를 방송국으로 불러낸 사람은 바로 MBC의 장두익 PD.스튜디오에 서게한 장PD는 심은하에게 대본을 넘겨주며 대사를 외우게 하고 요리조리 관찰해 본 뒤 심은하를 『마지막 승부』의 「다슬」역으로 낙점,스타탄 생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그러나 낙점에 이르기까지 보다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는 사실을심은하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당초 주인공 「다슬」역은 선배 이상아로 내정돼 있었고 심은하는 다슬의 친구인 「미주」역이었다.
그러나 이날 장PD는 심은하를 보고 결심을 바꿔 역을 교체해버린 것이다.이날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심은하는 충만해 있던 「끼」로 발산해 필연으로 만들어 버린 당찬 신세대였다.
이듬해 1월부터 방송된 농구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바로 다슬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다.한창 불고 있던 「길거리농구」열풍에휩싸여 다슬,아니 심은하는 고공비행을 시작했다.곧바로 팬클럽 「다은회」가 조직되고 차분하고 헌신적인 다슬의 매력때문에 심은하는 「별난 신세대」「복고풍 미인」이란 찬사를 받으며 단박에 스타덤에 올랐다.
「벼락스타」의 탄생은 그러나 곧바로 가혹한 유명세를 요구했다.신인탤런트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스캔들에 휘말린 것이다.「동거설」 등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그것도 잠시뿐 어릴적부터 발레.한국무용.피아노를 배우며 막연히 스타를 동경했던 심은하는 악성 루머를 물리치고 연기인생에서「마지막 승부」의 주인공이 됐다.월급 30만원짜리 전속탤런트가CF 편당 2억원을 호가하는 정상급 스타로 발 돋움하기까지 이처럼 우연과 필연의 긴 여정이 필요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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