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발표한 중.단편모아 전집낸 김준성 전 경제부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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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金埈成(77)전부총리가 자신이 「소설가」로 불리는 것을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피하려 했던 「고집」을 한풀 꺾었다. 다음달 1일 그동안 발표한 중.단편 소설을 세권으로 묶은 『김준성 전집』 출판기념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주변에서 책이 나올 때마다 출판기념회를 열라고 해도 마음이안내켰어요.
마침 그날이 제 생일이고 해서 지인(知人)들을 초청해 자리를함께 하려고 합니다.』 소설가로 자리매김하는데는 그의 「화려한경력」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웠던것 같다.
그는 지금도 이수화학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는 현역 경제인이다.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5개 은행장을 거쳐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그가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관직을 떠난 84년 무렵.이미 회갑을 넘긴 65세때였다.58년 그 를 현대문학에 추천한 金東里선생(95년 작고)이 말한 것처럼 「남들은 소설쓰기를 마감하는 나이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닥치는대로 독서를 했지요.언젠가 소설을 다시 쓰기 위해선 지적(知的) 자양분을 축적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공백기간중에도 소설에 투영될 「감성」의 날만큼은 꾸준히 갈고 있었던 것이다.그는 하루에 원고지 3~5장을 쓴다.며칠 정도 건너뛰어도 1년 정도면 중편 하나를 발표할 정도의 분량은 된다.
『집무실에서 독서와 사색을 합니다.그곳에서 줄거리는 그리지만원고는 집에서 씁니다.』90년 발표한 『먼 시간속의 실종』은 발표당시 4개월 동안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었다.
그의 작가편력은 좀 특이하다.돈을 찍어내고,나누고,관리하는 가장 세속적인 공간에서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낸 그의 눈엔 「자본주의」의 일부 결함에 대한 고뇌도 스며있다.
『자본주의는 인류에 번영을 갖다줬지요.그러나 「자본주의」의 문제를 보완해주는 수단도 필요한 것입니다.사회보장.환경보호등이그래서 필요한 것이지요.』 경제인과 소설가 둘중 굳이 택하라면어느쪽이냐는 질문에 『월급보다 저작료로 들어오는 돈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소설가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 보인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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