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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주제를찾아서>인간관계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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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간관계는 앞으로 경험하게 될 「미래의 충격」 속에서 더욱 절실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사회변화가 인간관계에 던지는 충격파를 예견하고 있다.수많은 사람들 사이의만남과 헤어짐이 과거보다 훨씬 짧은 주기로 반복 하게 되는 미래사회에서는 인간관계 운영 그 자체가 심리적 압박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매번 성격을 달리하는 다양한 인간관계속에서 개인은 각 관계가 요구하는 법칙을 터득,적응해야만 하는 「변신」의 부담을 안는다.
이같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갈등을 조절하고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사회적 행위는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은 흔히 「관계의 학문」이라고 말한다.인간관계의 다양화에 따른 부담은 바로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그러나 이처럼 인간생활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과 달리 그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아직 초보적이다.특히 거시적 접근으로사회현상을 설명하려는 한국사회과학의 전통속에서 분석단위 자체가미시적인 인간관계는 그럴싸한 학문영역으로 각광받지 못했던 것이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80년대말 민주화와 함께 찾아온 인간존중의 분위기가 그동안 관심범위 바깥에 있었던,인간과 인간이 맞물려 교통하는 모습을 이론적 관심사로 끌어올렸다.오랫동안 억눌렸던 사회적 언로가 개방되고 각계각층의 의견이 여과없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자칫 논리와 이성,합리성과 윤리보다는궤변과 거짓,언어의 유희가 인간관계를 지배하는 원칙인양 보편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인간관계의 본질을 고민하게 했던 것이다.
정보화사회 이론가들이나 미래학자들이 예견하는 것처럼 정보화사회의 등장은 인간관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언론사상가 맥루한에 의하면 미디어기술은 인간관계에 가해지던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게 해주는 「인간관계의 확장」이다.면대 면(面對面)상황으로만 제한되었던 인간관계는 속도와 정보량.도달범위에서 가위 혁명적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익명의 사이버공간을 드나들면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와 폭으로 인간관계의 지평을넓히는 변화를 이미 경험하고 있기 때 문이다.
아울러 인터네트로 대표되는 쌍방향 미디어의 개발은 기존의 미디어가 할 수 없었던 사람들 사이의 생생한 상호작용을 가능케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바로 이런 변화가 가져다줄 충격들이 인간관계의 원초적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논 의하게 되는상황적 동인인 동시에 시대적 요청이다.인간관계에 대한 이해없이미디어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변화의 의미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뉴미디어도 인간관계의 원형적 모습을 회복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감각기관을 복합적으 로 활용하고 정보처리능력을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김현주 광운대 신방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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