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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대국회 파행 가장 많아-국회사무처 역대통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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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민정부 첫 국회에 해당됐던 14대 국회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 단독소집과 공전(空轉)등 파행이 많았던 국회로 기록에 남게됐다. 29일로 막을 내릴 14대국회를 결산한 국회사무처의 「의정통계」에 따르면 14대국회는 모두 일곱차례에 걸쳐 단독소집.공전을 거듭했다.12대(세차례),8대(세차례),13대(두차례)에 비해서는 물론 제헌국회이후 가장 많은 일탈상을 드 러낸 것이다. 14대국회는 92년6월 개원초부터 단체장선거.상임위원장 선출문제를 둘러 싼 두차례의 공전으로 시작됐다.상무대국정조사(94년4월)와 통합선거법제정(95년2~3월),야권의 대구지하철 폭발사고 추궁(95년5~6월)을 둘러싼 각기 두차례 의 공전이 이어져 무려 1백16일의 회기를 허송세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개원국회와 대구지하철진상규명을 위해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된 95년5월8일의 임시국회는 각각 30일의 회기를 전부 공전시켜 자동폐회되는 최악의 상황을 낳기도 했다.
반면 14대 국회는 권위주의시대의 보이지 않는 통제와 논의의성역(聖域)이 풀리면서 양적으로는 역대최고의 기록을 양산한 「진기록 국회」로 자리매김됐다.또 수량의 물꼬는 트인 대신 의정의 질적 측면에서는 개선해야 할 산적한 문제점을 드러낸 과도기국회이기도 했다.
특히 대표적 의정활동인 의안(議案)처리,법률안가결.수정,공청회,서면질의등에서 14대국회는 어느 국회보다 양적 우위를 드러냈다. ◇양적 기록=14대 회기중 모두 1천4백39건의 의안을접수,이중 1천2백88건(90%)이 처리돼 5.16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의 1천5백93건(1백%처리)을 제외하고는 역대 최다의 의안처리를 기록했다.
의안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법률안의 경우 14대는11대(3백40건),12대(2백22건),13대(4백92건)등에비해 압도적인 6백56건을 가결시켰다.역시 국가재건최고회의의 1천15건을 제외하고는 역대 최다의 법률안 가 결기록을 남긴 것이다.특히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은 5백81건이 접수된 가운데92%인 5백37건이 가결돼 여타 국회는 물론 혁명기였던 국가재건최고회의의 가결 5백1건마저 넘어서 눈길을 끈다.
법제처의 김홍대(金弘大)법제조정실장은 『문민정부가 과거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다 세계화.세계무역기구(WTO)체제등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법안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요인을 설명했다.
선진국 의회의 꽃인 공청회도 14대 회기중 우루과이 라운드 대책,낙태.간통죄,사법제도.성폭력대책 공청회등 33차례를 개최,13대의 26차례를 앞지르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질적 문제점=14대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의 경우 모두3백21건이 접수돼 37%인 1백19건만이 가결됐다.역대 평균인 47%에도 못미친 셈이다.
이성기(李成基)국회입법조사관은 이에대해 『회기중 대통령선거.
총선.지방선거등 굵직굵직한 선거가 이어져 농어촌부채탕감등 실현가능성보다 정치적 요인에 의한 법안제출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제출 법안은 쉽게 국회를 통과한 반면 의원들이 만들어 낸법안은 정파간 이해,지역구 생색내기를 위한 비현실성으로 상호배척당하는 관행을 벗지 못한 것이다.의회 스스로 정부의 정책우위를 방기한 셈이다.
특히 공청회는 역대 최다수에도 불구하고 문제해결에 대한 진지한 태도와 효율적 합의도출을 찾아보기 힘든 게 대부분.최근 한.약분쟁과 관련,93년5월13일 단 하룻동안 열린 「약사의 한약조제.판매에 관한 공청회」(보사위)이후 더이상의 논의가 없었던 사실은 구색갖추기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더욱이 총리에 87건,안기부장에 13건이 쏟아지는 등 무려 1천1백29건에 이르는 14대의 대정부 서면질의는 역대 서면질의(1천4백4건)의 대부분을 차지,「알 권리」와 「 행정마비」의 지속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대책=신한국당의 이상득(李相得)정책위의장은 『각 정당이 민생현장의 정책욕구를 법안으로 체계적 수렴하는 정책기능의 보완에승부를 걸어야 할 때』라고 주문한다.
국회사무처측은 『법안의 예산뒷받침 여부를 국회내에서 자체검증할 제도적 보완은 물론 여권 당정협의처럼 정부와 야당의 사전 정책조율도 도입돼야 한다』(李조사관)고 주문한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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