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藥 종합대책' 발표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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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건복지부의 한약관련 종합대책은 그동안 지나치게 비싼 한약값이 한약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이윤이 많이 남는 만큼 한약을 다루려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는게 복지부의 시각이다.김양배(金良培)복지부장관은이날 『시중 한약값이 원가보다 지나치게 비싸다』며 한약값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약재 규격화작업 등 한약값의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어쨌든 한약분쟁 대책은 한.약 양쪽에 만족과 불만을 동시에 준 셈이다.따라서 당분간 한의사회와 한의대생,약사회와 약대생들이 이에 항의해 수위높은 투쟁을 벌일 가능성마저 있다.
이번 종합대책에 대해 1백점 만점에 한의계는 30점,약계는 2점밖에 안되는 대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의계는 19일로 예정돼 있는 약사에 대한 한약조제시험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오는 20일부터 전국적으로 본격휴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며 약계도 이날 긴급 전국시도지부장회의를 소집,강도높은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 대책에 대한 반발이 수그러들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대한한의사협회 이범용(李範鏞)부회장은 『19일 약사시험이 끝난 후 전국지부와 여론 등을 봐가며 20일 대응방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신현창(申鉉昌)정책기획실장은 『약사회의 논의를 거쳐 대응방안 등 투쟁수위를 결정하겠지만 당장 약국문을 닫는 등의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장기간에 걸친 한약분쟁에 고개를 돌린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의계=한의사협회 李부회장은 정부가 한방담당부서를 한방담당심의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데 대해서는 찬성하는 뜻을 보였다.
그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한약을 다루는 약사의 대량배출에 있다』며 『약대 교수들이 낸 쉬운 문제로 시험이 치러질 경우 2만명 이상의 조제약사가 배출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4대1이 적정비율인 한의사와 한약조제약사의 균형이 깨져 큰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그는 이에 따라 이번 시험을 연기한 뒤 한의대 교수들을 출제위원으로 참여시켜 시험문제의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고 정부측에 요구했다.
한의사협회는 그러나 전국적인 휴업에 들어가더라도 한방병원의 경우 입원환자와 응급환자에 대한 치료는 계속하고 전국 각 시.
군.구에 1~2개의 당직 의원제를 실시하는 등 비상진료체제를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약계=대한약사회 이무남(李武男)부회장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한마디로 의료발전을 후퇴시키는 폭거』라며 『모든 역량을 동원,저지투쟁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그는 『현재 약대 대학생에게 열려있는 한약조제 면허취득 기회를 약사법 개정을 통해 박탈하는 조치는 관련 단체나 이해 당사자,전문가들과의 협의 없이 취해진 졸속행정』이라고 비난했다.
약사회는 19일 한약조제시험이후 전국적인 규모의 집단행동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기평.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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