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갈증 나는 '물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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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물은 인체 구성의 70%를 차지할 만큼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 있다 10여일만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틈새로 스며드는 빗물을 마셨거나 자신의 오줌을 받아 마시며 목숨을 유지했다고 얘기할 정도로 물은 귀중한 것이다.
때문에 물과 관련한 정책이나 행정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듯 치밀히 계획되고 집행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물 행정은 가장 기초적인 각 기관간 협조.조정 등의 절차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아 손과 발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건설교통부가 92년 마련한 기본계획에 따라 건설중인 수도권 5단계 광역상수도사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취수장 및 정수장 부지가 대단위 농지여서 애당초 생활터전을 잃게 되는 주민들의 반발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당국이 이를 감안하지 않고 공정계획을 빠듯하게 세우는 바람에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당초 당국의 계획만 믿고 이미 분양을 마친 수만가구 아파트에 물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게 될 판인데도건교부나 관련 시.군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수수방관하고있는 것이다.
일선 시.군들이 앞으로 얼마나 물이 부족할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배분된 급수량으로 어느 정도의 주택을 새로 지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현재 지역별로 배분된 물 수급계획도 주먹구구식이다.
인구증가.개발계획 등을 충분히 감안해 만들었다는 건교부의 지역별 물 배분계획은 어느 지역엔 물이 남아돌고 어떤 곳은 물 부족으로 아파트 를 지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현실과괴리돼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들간의 협조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다.
급변하는 시대에 몇년 전 세운 계획이 현 시점에서 제대로 맞을 리 없다.
그래서 상황이 변하면 각 기관은 곧바로 수요조사를 통해 계획을 수정하는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춰야 한다.
수도권 광역상수도 문제도 각 기관이 사전에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물 부족에 따른 입주지연과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이계영 부동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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