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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스타스토리>발바리 김달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발바리」김달호는 만화에 대한 일반의 선입견을 깨는 두가지 명제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하나는 「만화는 현실세계의 거울이다」란 것과 또하나는 「만화의 재미는 풍자에 있다」는 사실이다.
달호는 우리만화의 다른 주인공들과는 좀 다르다.다른 주인공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영웅신드롬에서 그는 멀리 떨어져있다.특별한 능력도 없고 잘생기지도 못했다.극한 절망이나 고독도 없다.
성공신화 따위와는 아예 무관하다.투박하지만 정감가 는 얼굴에 순정 부스러기 몇개,수시로 터져나오는 속물 근성,끊임없이 사랑을 찾아 헤매는 열정따위가 그가 가진 것의 전부다.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두고 「이 시대의 얼빠진 최후의 로맨티시스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랑은 영원한 주제입니다.이 시대 청춘남녀의 온갖 사랑을 다 담아내보고 싶은게 제 욕심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수백명의여성과 사랑을 얘기하고 나눴으며 헤어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랑은 플레이보이의 하룻밤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그는 늘 진심이다.헤어짐의 아픔 때문에 눈물흘리는 것은 언제나 그의 몫이다.그의 작품이 10여 차례에 걸쳐 연극.영화로 옮겨지고 이덕화.이효정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그를 연기해낸 것도 그가 풀어내는 「사랑의 방정식」이 지닌 순수한 매력에 힘입은 바 크다. 달호의 첫 출연작은 73년 출간된 『사랑의 낙서』.청춘남녀의 사랑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이 작품에서 그는 주인공 A.B.C.D중 하나였다.그러던 것이 얼빠진듯한 모습이 주는 타고난 경쟁력(?)으로 다른 주인공들을 다 제치고 단독 주연으로나서게 된다.『청춘만세』(75년),『바둑스토리』(75~80년),『길비켜라 내가 간다』(79년),『발바리의 추억』(88년),『밤사쿠라』(현재)까지 그는 20여년간 누구에게도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물론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다.첫 출연작 『사랑의 낙서』가 가판대용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후 성인만화의 홍수시대를 여는 기폭제 역할을 했으나 「자극적인 성인물로 사회 미풍양속을 해친 주범」으로 낙인찍혀 정보기관에 끌려가고 출연작은 폐 기됐다.
『바둑스토리』에서 내기바둑을 묘사했다해 3,5공때는 요시찰 인물로 찍혀 출연정지를 당하기도 했다.「바둑도 안됩니까」며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던 시절이었다.스포츠신문 연재작 출연때는 여성단체로부터 선정적이라고 항의받기도 했다.그러나 이 런저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건재하며 그의 연기는 폭넓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그의 이같은 인기는 대부분 탁월한 풍자능력에기인한다.
『풍자의 맛은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정치.경제.문화의 발전과변화에 따라 맥을 짚어주는 연기가 열쇠입니다.』 일례로 그는 현재 출연중인 『밤사쿠라』를 든다.일본여자와의 사랑얘기를 그린이 작품은 국제화시대의 조류를 반영한 것이다.그의 말마따나 데뷔 후 20여년간 그의 성격과 극중 상황은 시대상과 함께 궤적을 그리며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가 연기해낸 것은 보편적인 한국남성상이며 그의 출연작은 거의 모두 남자의 결함을 발견하고는 여자가 떠나간다는 구조다.여기서 그는 「사랑=무지개」임을 독자에게 일깨워주는 역할을 맡는다.청춘의 존재확인은 사랑이며,그러나 사랑은 영원 한 환상임을그는 풍자와 유머.독설.재치로 웅변한다.사랑을 꿈꾸고 그리는 이 시대의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도록.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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