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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yle] 베이징 올림픽 빛낸 '금빛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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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대부터 올림픽과 스타일은 불가분의 관계였다. 주로 알몸으로 벌였던 경기에 스타일이 끼어들 여지가 있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날 조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당시 남성의 멋진 나신(裸身)은 궁극의 스타일이자 모든 사람의 숭배 대상이었다. 올림픽의 경건한 분위기를 흐릴까 두려워한 주최 측이 기혼 여성들의 관람을 금지할 정도였다.

오늘날 올림픽은 더욱 더 노골적인 스타일 경연장이 돼 가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푸마 같은 국제적 스포츠 브랜드가 각국 대표팀을 후원하면서 각 종목 경기복을 제작해온 지는 오래됐다. 게다가 이번 올림픽에는 명품 브랜드들도 스타일 경쟁에 가세했다. 미국 대표팀 선수단복과 경기복은 미국을 상징하는 브랜드 랠프 로렌이 디자인했다. 역대 최고 수준인 이번 올림픽의 스타일 경쟁을 중간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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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최고의 패션

이번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지켜본 지구촌 수십억 명의 시선은 204개국, 1만5000여 선수들의 패션에도 집중됐다. 각국 후원업체들이 디자인한 작품들이다. 당초 예고됐던 대로 외신들은 랠프 로렌이 디자인한 미국 선수단복을 가장 주목했다. 감색 블레이저와 흰색 바지에 스트라이프 타이를 매치시킨 이른바 프레피 스타일(명문학교 교복을 주조로 한 모범생 스타일). 포인트라면 헌팅캡이었다.

스포츠브랜드 훼르자가 제작한 우리 선수단복 상의는 흰색, 바지는 감색이었다. 연한 하늘색 셔츠에 건곤감리 무늬를 주조로 한 타이가 눈길을 끌었다. 우리 선수단복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아테네 올림픽 당시보다 나아졌다는 평이다. 당시는 빨간 재킷에 흰 하의로 강렬함은 두드러졌지만, 왠지 우리 체형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인터넷 스타일 블로그 ‘즐거운 이경씨’(blog.naver.com/marimo)의 운영자는 아테네 올림픽 당시와 비교해 우리 선수단복이 “색깔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도 일만이천배쯤 예뻐졌다”고 평가했다.

선수단복을 포함해 주요 경기복을 디자인한 훼르자의 디자이너 안순운(28)씨도 스타일에 크게 신경을 쓴 눈치다. “예전에는 옷이 촌스럽고, 평상시에 입기 불편하다는 선수들의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되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했다. 재킷 허리 부분을 잘록하게 했고, 구김이 잘 안 가는 여름용 울 소재를 사용해 시원한 느낌을 살린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타이에서 보듯 지나치게 태극기 문양에 집착하고, 전체적으로 개성이 부족하다는 일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 최고의 스타일 가이

세계의 시청자들은 베이징 올림픽 28개 종목의 선남선녀들을 찾느라 바쁘다. 네티즌들도 외모와 패션뿐만 아니라 성적까지 뒷받침되는 ‘훈남·완소녀’ 물색에 여념이 없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가장 멋진 선수로는 스페인의 테니스 스타인 라파엘 나달(22) , 제2의 코마네치로 불리는 미국의 체조 스타 나스티야 류킨(19)과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6)등이 있다.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나달은 섬세한 팔 근육을 드러내는 민소매 패션으로 유명하다. 각 경기에서 어떤 스타일을 선보였는지가 기사화될 정도다.

류킨은 타고난 몸매에 여성스러움을 접목한 스타일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광고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5.05m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이신바예바는 질끈 묶어 올린 포니테일형 헤어스타일과 균형잡힌 잔근육으로 스포츠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 밖에 토미타 히로유키(일본·체조), 톰 데일리(영국·다이빙), 에먼 설리반(오스트레일리아·수영) 등은 성적과 무관하게 곱상한 외모로 국내 여성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자 선수로는 중국 여자 수영계의 궈징징(郭晶晶)이 화제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연예인 못지않은 세련된 스타일의 소유자인 그는 대회 전부터 홍콩 재벌과의 염문설 등 스캔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단연 수영의 박태환(19)과 배드민턴의 이용대(20)가 돋보인다. 경기 직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헤드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 모습 때문에 해당 헤드폰에 대한 수요까지 폭증했을 정도다. 이 제품은 국내 음향기기 업체가 수출용으로 제작해 박태환에게 선물한 것인데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시판을 검토 중이다.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을 획득한 이용대(20)는 결승전 승리 직후 코트에 잠시 드러누웠다 일어나며, 카메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윙크 세리머니를 펼쳐 온국민을 매료시켰다.

여자양궁 단체전 6연패의 주역 중 하나인 윤옥희(23)는 유니폼과 양궁을 분홍색 일색으로 맞춘 바람에 ‘핑크 공주’라는 별명이 유명세를 탔다. 펜싱 플레뢰 은메달리스트 남현희(28) 역시 펜싱 글로브를 벗으며 선보인 형형색색의 네일아트가 개성 있는 스타일로 인정받았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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