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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냉전 시대 새로운 협력모델 개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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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소련이 해체된 뒤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체제 이행 실험을 겪고 있는 나라가 러시아를 포함해 27개국이나 됩니다. 북한을 포용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나라의 체제 이행 실험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 러시아 지역연구사업단(단장 권원순 교수) 초청으로 21일 방한한 세계 슬라브학회의 레슬리 홈스 회장은 "냉전이 종식된 뒤 오히려 슬라브학과 러시아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자유롭고 역동적인 국가로 변모하고 있지만 소련 해체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면서 "특히 러시아 및 옛 소련권 국가의 부패와 범죄가 국제적으로 이동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21세기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강대국 간의 경쟁과 협력이 동북아 지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중.일 3국이 경제 발전에 따라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역내 지역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동의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동북아 3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일본과의 에너지 수급 경쟁을 해소하는 한편으로 전통적인 경제.안보 파트너인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화해내느냐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홈스 회장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동북아의 역동성을 활용해 유라시아 국가인 러시아의 발전을 이룩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면서 "한국도 포스트 냉전 시대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영국 에섹스대 출신인 홈스 회장은 현재 호주 멜버른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호주 사회과학원 정회원이며 '공산화 이후의 민주주의 과정' 등 다수의 저서를 갖고 있다.

김석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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