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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레이니 주한美대사 연설에 담긴 뜻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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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 대사의 11일 연설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레이니 대사는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한반도 상황및 미국의 대북 정책을 세가지로 요약하고 있다.첫째,분단이후 반세기에걸쳐 한반도는 힘의 균형을 기조로 한 군사적 억제원칙에 입각해유지돼왔다.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도 바로 이 억 제원칙이라는방패때문에 가능했다.둘째,탈냉전시대에 접어들면서 ▶북한의 급속한 쇠퇴▶북한의 핵무기 개발능력 보유로 불안정성이 증대됐다.북.미간 제네바 합의로 북핵 문제는 해결됐지만 북한의 불안정성은한반도 불균형을 급격히 증대시켰다.
마지막으로 현단계에서 북한이 군사력을 이용할 가능성등 심각한위험요소들이 있으나 이제는 전쟁억제 상태를 넘어설 수 있는 긍정적 관계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그 시작이 바로 한.미 양국이공동제의한 4자회담이다.
레이니 대사는 또 최근 북한이 판문점에서 벌인 무력시위도 그들이 교만해서가 아니라 불안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즉 한국 정부의 군사억제 차원대응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북한지도자들이 군사카 드 이외에 생존방법이 보이지 않을 경우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가능성은 없다고 한 것도 한국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라 할수 있다.
정부 당국자들이나 외교전문가들은 레이니 대사 연설을 클린턴정부가 취해온 포용정책의 재천명이라 파악하고 있다.
또 레이니 대사가 지적한 대로 한반도 안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를 억제력 하나만 가지고 해결할 수는 없으며,여기에 신뢰구축 조치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추가돼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당사자로서 한국이 군사적 억제에 치중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상호인식이나 접근방식이 어차피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한 당국자는 『한.미 양국이 중장기적인 큰 틀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각론에서 차이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특히 우리측은 북.미 접촉에서 미국이 북한에 끌려가는 듯한 태도에 대해,미측은 한국의 강한 대북자세에 불만을 가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국진(金國振)교수 역시 『한반도 문제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안보문제에 관한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다만 북한 문제가 이미 국제문제로 변한 만큼 우리의 대북정책도국제적 이해를 얻는 방향으로 모색돼 나가야 한다 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현재 북한이 위기상황에 있는 만큼 정부가 상황을 정확히 평가,주도권을 갖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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