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세상보기>검찰정치는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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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찰과 정치의 상호관계에 대해 아십니까.』 『모릅니다.』 『검찰권 행사와 정치권의 역학 변동이 함수관계에 있다는 가설(假說)에 대해 아시느냐 말입니다.』 『그게 어떤 이론입니까.』『4.11총선 부정사례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진행중에 있습니다.그 조사 정도의 강약(强弱)에 따라 국회의 정당별 의석 분포가 달라진다는 이론입니다.
지금 한국 정치권은 이 이론을 둘러싸고 명암이 교차하고 있습니다.검찰의 조사가 강화되면 의석 변동이 커지고 따라서 15대국회는 문을 열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반면 검찰의 조사가 미온적이면 의석변동이 작아지고 그런대로 국회 문은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있습니다.』 정당별 의석 변동의 열쇠를 검찰이 갖고 있다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검찰이 쥐고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말로만 듣던 검찰정치가 실재(實在)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의 정치적 대사건 배후에는 으레 검찰이 있었다.이른바 사정한파(司正寒波)라는 추위를 몰고와 정국의 기상도를 좌우한 주체는 검찰이다.역사 바로세우기 작업도 검찰이 「공소권 없음」을 번복하고 「공소권 있음」으로 선회 했기 때문에시작된 역사(役事)다.
그러니까 검찰이 권력의 시녀(侍女)가 됐다는 비판은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다.권력의 칼이니,정권안보의 주춧돌이니 하는 말도틀린다. 오히려 권력이 검찰의 맹신자(盲信者)가 됐다고 말하는것이 옳다.이른바 형벌권을 행사하는 검찰의 기능에 정치권이 매혹당한 것이다.그래서 정(正)을 세우는 정(政)의 기능까지 의탁하게 된 것이다.
실로 검찰정치는 이 시대의 특징이며,민주정치의 또 다른 표현인 의회정치.정당정치.여론정치와 비견되는 중대한 정치행태의 하나라는 말은 곱씹어 볼만하다.이런 기대를 가져 보면 어떨까.
『검찰정치가 잘 되면 과학기술이 발전할 겁니다.검찰이 컴퓨터해커를 구속했다고 하는데 구속 대신 극비리에 미국의 최첨단 과학정보를 빼내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검찰정치에 물가안정을 기대하렵니다.멸치값 폭등의 원인이 중간상인의 매점(買占)때문이라는데 검찰이 그들을 일망타진했다지 않습니까.』 『국책사업 건설을 둘러싸고 중앙과 지방이 대립한다는데 검찰정치는 무얼하고 있나요.양측의 비리를 파헤치겠다고 하면 얼른 합의할텐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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