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 예선 기권에 중국 ‘류샹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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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의 스포츠 영웅 류샹이 18일 육상 남자 110m 허들 예선에서 출발을 앞두고 몸을 풀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류샹은 다리 통증을 이유로 경기에 기권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황색 탄환’ 류샹(25)이 18일 오전 육상 남자 110m 허들 예선에서 기권했기 때문이다. 이 종목 2연패를 노리던 류샹은 이날 예선 6조 2번 레인에 나와 스타트 블록에서 뛸 준비를 마쳤다가 돌연 경기를 포기했다.

류샹은 출발을 알리는 신호총 소리에 맞춰 스타트를 했지만 네덜란드 선수의 부정 출발로 레이스를 멈췄다. 다른 선수들이 출발선으로 돌아가 다시 스타트를 준비할 즈음 류샹은 갑자기 오른쪽 다리를 쩔뚝거리며 선수 대기실로 들어갔다.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류샹은 중국의 스포츠 영웅이다.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야오밍의 인기도 그에겐 한참 뒤진다. 류샹을 담당하는 전문 의료진도 3명이나 되고, 중국 정부는 부상을 우려해 류샹이 차를 몰지 못하도록 할 정도다. 그런 그가 갑자기 경기를 포기했으니 중국 언론이 긴급 뉴스로 류샹의 기권 소식을 알린 것도 당연하다.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110m 허들에서 중국 육상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우승했고, 2006년엔 세계신기록마저 세웠다. 류샹이 나서는 남자 110m 허들은 여론조사 결과 중국인들이 ‘가장 보고 싶은 올림픽 경기’로 꼽혔다.

펑수융 중국 육상대표팀 총감독과 순하이펑 코치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펑 감독은 “류샹이 경기를 포기한 건 다리 근육통 때문이 아니라 오른쪽 발목 부상 탓”이라며 “발뒤꿈치인지 아킬레스건 쪽인지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샹의 개인 코치인 순 코치는 눈물을 흘리며 “6~7년부터 류샹은 발목 통증으로 고생했다. 16일 훈련 때 통증이 재발해 대표팀 의료진이 최선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류샹은 5월 뉴욕 리복 그랑프리에도 불참했고, 6월 오리건에서 열린 프리폰테인 클래식에선 부정 출발로 실격당했다. 이날도 몸을 풀면서 내내 얼굴을 찡그리더니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엔 류샹을 격려하는 메시지가 잇따랐다. 류샹의 개인 홈페이지를 비롯한 중국 인터넷 사이트엔 “비바람을 맞아야 영웅이 된다” “금메달을 따고 안 따고는 문제가 아니다. 당신은 이미 우리 마음속의 금메달리스트”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신화망(新華網)은 ‘류샹에게 진심 어린 위안을 보낸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류샹이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경기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돈다. 류샹은 올해 부상에다 컨디션 난조로 기록이 12초대에도 근접하지 못했다. 시즌 랭킹 10위를 밑돌았다. 쿠바의 다이론 로블레스는 6월 그의 세계기록을 깼고,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순 코치는 “류샹은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승부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기권할 선수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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