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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국민도 ‘금’에 목숨 걸지 않는다 … “즐겨라, 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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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선수들의 메달을 향한 집념만큼 응원 열기도 뜨겁다. 양궁장의 어린이(1), 필드하키장을 찾은 외국인 여성(2)과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국 응원단(3), 청계광장의 노인(4), 야구장에서 아이를 무동 태운 아빠(5)가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베이징=김경빈 기자,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올림픽은 금메달을 놓고 벌이는 ‘전쟁’이 아니다. 스포츠를 촉매로 온 국민이 신명을 풀어내는 한바탕 축제 마당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의 길거리 응원에서 시작된 이런 흐름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이르러 거역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제 금메달을 못 따 안달하지 않고, 은메달을 땄다고 고개 숙이지 않는다. ‘라면만 먹고 죽어라 연습해 금메달을 땄다’며 눈물짓던 시절은 지나갔다. 상대를 제압해야만 하는 격투기(복싱·레슬링 등)에 편중됐던 메달 종목이 ‘내가 잘하면 이기는’ 수영·사격·양궁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응원과 관전 스타일도 바뀌고 있다. 선수들도 예전에 비해 한결 여유 있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나타난 ‘즐거운 올림픽’ 현상을 짚어 본다.

◇금메달이 전부는 아니다=‘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남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박성현(전북도청)과 박경모(인천계양구청)가 모두 한 점 차이로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다. 특히 중국의 장쥐안쥐안과 결승에서 맞선 박성현은 몰지각한 중국 관중의 호루라기와 고함 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박성현은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고, 시상식에서 밝게 웃으며 중국 선수를 축하하는 여유를 보여 줬다. 두 달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꼭 금메달을 바치겠다며 결의를 다졌던 박경모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환한 웃음으로 은메달을 받아들였다.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국민도 관대해졌다. 국내 선발전에서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판정 논란 끝에 이기고 베이징에 온 유도의 왕기춘(용인대)은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싸웠다. 결승에서 13초 만에 어이없이 한판패를 당한 왕기춘은 시상식 내내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팬들은 질타 대신 격려로 그를 감쌌다.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괜찮다. 아직 스무 살이다” “갈비뼈가 부러진 극한 상황에서도 결승까지 진출한 당신은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얼짱·훈남 선수 스타로=멋진 경기로 메달을 따고 거기다 얼굴까지 받쳐 준다면 금상첨화다. 수영의 박태환(단국대)에 이어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용대(삼성전기)가 ‘얼짱 스타’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펜싱 플뢰레에서 은메달을 딴 남현희(서울시청)도 단신(1m54㎝)의 핸디캡을 이겨 낸 투혼과 함께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외모 못지않게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훈남’도 이번 올림픽에서 뜨는 컨셉트다. 시상식 내내 줄줄 눈물을 흘리고 인터뷰에서 “우리 엄마는 천사라요”라며 가족 사랑을 표현한 유도의 최민호(한국마사회)는 순수 그 자체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부상으로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이배영(경북개발공사)도 금메달리스트 못지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인터넷은 놀이 마당=경기 결과가 기사와 동영상으로 곧바로 뜨는 인터넷은 ‘올림픽 놀이터’가 됐다. 네티즌은 기사 밑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 ‘댓글 놀이’를 즐긴다. 대표적인 게 축구대표팀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한 ‘축구장 시리즈’다. “축구장에 물 채워라. 태환이 수영하게”부터 시작해 “축구 골대 줄여라. 핸드볼 훈련하게”를 거쳐 “축구선수들 바벨에 매달려라. 미란이 연습하게”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중계 코너에도 팬들의 다양한 응원과 평가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미국·일본을 힘겹게 누르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야구 종목이 중계될 때는 수만 명이 댓글을 달면서 경기를 즐긴다.  

◇수준 못 따라가는 방송 중계=높아진 팬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분야도 있다. 지나치게 흥분하고 우리 선수 위주로 편파 중계하는 방송이다. 지상파 3사는 시청률 경쟁에 매달려 ‘악쓰는 중계, 반말하는 해설’로 짜증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메달이 나오는 경기를 3사가 동시에 중계해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뺏는가 하면 우리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에만 매달려 수준 높은 경기를 즐길 권리를 봉쇄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베이징=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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